원전 설계부터 해체까지 ‘토털 솔루션’… 차세대 SMR 영토확장[Build Up Korea]
소형모듈원자로 지속적인 투자
표준설계인가 사업 중추적 역할
i-SMR 모델, 안전성 대폭 강화
수출용 신형연구로 기술도 갖춰
체코·폴란드 원전 수주전 참여
국내선 신한울 3·4호기 공들여
원전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국정 과제에 따라,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원자력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대우건설은 원자력과 관련한 전 분야에 대한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제공할 수 있는 국내 대표 건설사로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 기술’로 개발하는 미래 원전 선도 =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통해 ‘우리 기술’로 개발되는 미래 원전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SMR은 출력규모 300㎿e 이하인 원자로를 말한다. 모듈화된 설계 및 제작으로 설계가 단순화되고 표준화하기 쉬운 게 특징이다. 지구온난화 등 이상기후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를 줄여나가야 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최근 유럽연합(EU)이 친환경 에너지를 분류하는 기준인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에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면서 원전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대우건설은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1997년부터 소규모 전력생산 및 해수 담수화를 목적으로 하는 소형원전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2012년 ‘스마트(SMART)100(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100)’ 모델을 통해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하며 관련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MART는 전기출력이 100㎿e로 대형원전의 10분의 1 수준인 경수형 원전이다. 건설비 투입규모가 작고 안전성이 대폭 향상된 게 장점으로 평가된다.
대우건설은 SMART 표준설계인가 획득사업에서 한국전력이 주관사인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SMR 분야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포스코그룹 등과 함께 ‘스마트 파워(SMART POWER)’ 설립을 주도하면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향후 국내외 SMR 원전 시공에서 해당 모델을 통해 사업 진출에 나서게 되면서 대우건설이 우선 공급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SMART100은 201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한·사우디 SMART 공동 파트너십 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MART 건설을 위한 상세설계 작업 및 표준설계 변경인가를 진행 중이다. 또 체코, 인도네시아,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등과 파트너십 MOU를 체결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SMART100을 통한 SMR 분야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혁신형 SMR 개발 투자 = 우리나라는 SMART100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한 ‘혁신형 SMR(i-SMR)’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 과정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을 주관으로 하는 ‘SMART 팀 코리아’ 협의체를 통해 i-SMR 기술개발 사업 참여 및 투자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i-SMR은 발전용량 170㎿e 규모의 모듈형 원자로로 4개의 모듈 배치를 통해 출력 증감의 유연성을 키웠다. 30일 이상 수냉 및 공기냉각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냉각능력을 최대화하고 원자로 건물 공간을 최적화했다. 사고 발생 시 운전원 개입을 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부지를 최소화해 주민 대피가 불필요할 정도로 안전성 역시 대폭 강화했다고 대우건설은 밝혔다. i-SMR 기술개발사업은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사업과 함께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면서 오는 2030년까지 약 4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이 밖에도 지난해 4월 3632억 원 규모의 수출용 신형연구로 건설공사를 따내는 등 연구용 원자로 분야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국내 건설사 최초로 가동원전 설계기술(Q등급) 자격을 획득했다. 이후 가동원전 일반종합설계,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기계 및 구조 분야 원자력 설계 인증을 받아 가동 중인 원전과 신규 원전 건설, 월성 1호기 해체에 대한 설계 수행을 진행하고 있다.
◇원전건설 수주에도 노력 = 대우건설은 현재 체코·폴란드 신규원전 사업을 위한 한수원 ‘팀 코리아’에 건설분야 담당으로 참여하고 있다. 폴란드 신규원전 사업은 퐁트누프 지역에 가압형 경수로(PWR·Pressurized Water Reactor) 2∼4기를 건설하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국내에서는 신한울 3·4호기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공사는 2024년 착공을 목표로 재개돼 현재 주기기 계약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어 주설비공사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체코·폴란드 원전 입찰에 한국을 대표해 참여하고 있는 만큼 대우건설의 기술력은 이미 인정받은 수준”이라며 “신한울 3·4호기 수주에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전 프로젝트 30개 수행… 폐기물 처리·성능개선도 ‘두각’
1991년 월성 3·4호기로 시작
중입자·양성자 가속기 공사도
대우건설은 원전 설계부터 시공, 성능개선, 폐기물처리, 원전해체에 이르는 전 사이클(cycle)에 대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원자력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 기업이란 자부심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1991년 7월 중수로형 원자력 발전소인 월성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30여 개의 원자력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고 8일 밝혔다. 대우건설은 상용 원전과 연구용 원자로의 주설비 공사뿐만 아니라 중입자·양성자 가속기, 핵연료 제2공장,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1단계 공사를 수행했다. 특히 2017년 국내 최초로 수출 1호 사업인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를 준공해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원자력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2월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 3·4호기 증기발생기(Steam Generator) 교체공사도 시행했다. 수명이 남아서 가동 가능한 원전의 핵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원전의 핵심 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는 공사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이 공사를 위해서는 격납건물 내에 방사성 오염물질 제거 및 해체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대우건설은 핵연료 제3공장 건설공사(올해 4월 준공) 및 핵연료 제3공장 플랜트 공정설비 공사(올해 6월 준공) 역시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원전 해체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현재 대우건설은 ‘월성 1호기 해체공사 및 공정설계’도 수행하고 있다. 경제적인 해체공사 설계와 공용설비 및 인접호기(월성 2호기)의 안전운영을 고려해 최적의 해체 공정을 설계하는 용역이다. 특히 월성1호기는 세계 최초로 해체 예정인 캐나다형 중수로(CANDU) 원전으로, 대우건설은 이번 공사를 통해 중수로 해체사업의 해외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원전 1호기당 해체추정 비용은 8726억 원이다. 국내 해체시장의 규모는 총 26조 원 규모로 평가된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 12월 기준 상용원전은 422기, 영구정지 원전은 204기,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1기다. 2020년대 후반부터 해체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인 만큼, 대우건설은 조기에 기술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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