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자부하던 한국 女 양궁, 세계선수권서 44년 만에 ‘노메달’ 굴욕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한국 여자 양궁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 여자 양궁 리커브 대표팀 안산, 강채영, 임시현은 지난 6일(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3 베를린 양궁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8강에서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 여자 리커브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한 것은 지난 2011년 토리노 대회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베를린 양궁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부진했던 대한민국 여자 양궁 리커브 대표팀. 사진=대한양궁협회 제공

앞서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에서도 16강에서 인도네시아에 무릎을 꿇으며 메달 사냥에 실패했는데, 여자 대표팀이 세계선수권 개인전 및 여자 단체전에서 1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한 것은 처음 출전한 1979년 대회 이후 44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대회 개최 장소도 베를린이었다.

여자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수확한 메달은 임시현이 김우진과 팀을 이뤄 따낸 혼성전 금메달 뿐이다.

남자 대표팀 역시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앞서 말한 혼성전 금메달 외에 따낸 메달은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이 나서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 단체전이 전부였다.

그나마 남자 대표팀은 단체전 금메달로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조기에 획득했는데, 여자 대표팀은 성과 없이 대회를 마치며 파리행 티켓을 예약하지 못했다. 여자 대표팀은 오는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파리 올림픽 출전권 수확에 재도전한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쓸고 2021 미국 양크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무려 5종목 금메달을 모두 가져간 한국 양궁의 이러한 부진은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다. 특히 두 대회에서 모두 주축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대부분 그대로 포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다른 나라들의 향상된 기량은 물론이고 어수선했던 현지 기상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여기에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도 이번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양궁 대표팀이 부진했던 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 전에 펼쳐진 2019 네덜란드 스헤르토헨보스 대회에서도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만 따내는 데 그쳤다. 다행히 당시 대표팀은 곧바로 반등했고, 도쿄에서 한국 양궁의 위상을 유감없이 과시하며 ‘위기라는 단어는 위험과 기회의 준말’이라는 표본을 보여줬다. 다른 나라들의 발전이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이번 아픔을 교훈 삼아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대표팀 김성훈 총 감독 역시 대한양궁협회를 통해 “이번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결과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더욱 치밀하게 준비해 남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반등을 약속했다.

한편 현지시각으로 7일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일주일 간 전지훈련을 가지는 대표팀은 15일부터 20일까지 파리 올림픽의 테스트 및 이벤트 성으로 열리는 2023년 현대 양궁 월드컵 4차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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