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정보 비공개, 검은 거래를 은폐하는 보호막[축구판 뒷돈 커넥션⑤]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팀을 옮길 때 구단들은 ‘최소한’ 계약기간은 공개했다. 마이애미는 “메시와 2025년까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PSG 홈페이지는 “이강인과 2028년까지 계약했다”고 했다. 뮌헨도 홈페이지에 “김민재와 2028년까지 계약했다”고 적었다. 구단들은 계약 마지막 연도가 적힌 유니폼을 든 선수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들 구단이 직접 연봉, 이적료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대략적인 조건은 구단 고위층, 언론보도, 선수 몸값 사이트를 통해 드러났다. 호르헤 마스 마이애미 구단주는 “메시 연봉은 5000만 달러에서 6000만 달러 사이”라고 밝혔다. 언론들은 이강인 이적료를 2200만 유로로 추정했고 20%가 이강인 몫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뮌헨이 나폴리에 준 바이아웃 금액은 5000만 유로, 연봉은 1200만 유로로 각각 보도됐다.
축구선수 이적료, 시장가 등을 다루는 유명 사이트가 ‘트랜스퍼마르크트’다. 이곳에서 메시, 이강인, 김민재를 검색하면 연도별 시장가, 이적 형태와 이적료 등이 나온다. 메시는 두 차례 이적을 모두 자유계약으로 했다. 이강인에 대해서는 이적료는 2200만유로, 계약은 2028년 6월30일까지로 돼 있다. 김민재를 검색하면 이적료 5000만유로, 계약기한 2028년 6월30일로 나온다. 연봉만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한 유료 사이트에 접속하면, 세계적인 선수들의 월급, 기본급, 보너스까지 구분돼 나온다. 이곳 정보에 따르면, 이강인 연봉은 727만 유로, 김민재 연봉은 1200만 유로다. 메시는 마이애미와 2025년 12월31일까지 계약됐고 연봉은 5400만 달러다. 이처럼 세계적인 선수들도 계약조건이 대부분 공개된다.
그런데 한국프로축구는 모든 게 비공개다. 영입, 이적 사실만 알리는 게 전부다. 과거에 발표됐던 계약기간마저 지금은 숨긴다. 이적료, 연봉 모두 비공개다. K리그 연봉 공개는 프로축구연맹이 연말 딱 한 번 한다. K리그 전체 최고 연봉 선수 몇몇만 발표될 뿐 대다수 선수 연봉은 공개되지 않는다. 연초 맺는 새로운 계약 내용은 아예 오픈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시즌 내내 선수의 활약상과 연봉, 이적료를 비교 평가할 수 없다. 구단에 문의해도 “상호로 비공개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구단들은 연봉이 공개되면 선수를 관리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부자 구단, 해외 구단이 선수를 데려갈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이유다. 축구 비즈니스에 자신이 없다는 말과 같다.
세계 최고 선수들조차 계약기간, 연봉, 이적료가 공개된다. 바이아웃 금액이 공개되는 경우도 적잖다. 그런데 한국프로축구 선수 계약조건은 모두 숨겨져 있다. 트랜스퍼마르크트에서 K리거들을 검색해도 대부분 계약기간, 이적료가 명기되지 않고 있다. 유럽파 출신의 경우, 유럽에서 뛸 때 정보가 나오지만 한국에 들어온 후 정보는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구단이 왜 계약조건 공개를 꺼릴까. 세계 전체가 한 개 시장으로 움직이는 축구판에서 선수를 사고파는 게 다반사가 아닌가. 정보를 숨기려는 노력이 이적 협상, 연봉 협상에서 별반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계약조건을 숨기는 게 맞기는 하나. 다양한 종목 세계적인 스타들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농구·배구 선수들 연봉이 공개되는 것은 그들의 개인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혹시 세간 의혹처럼 뒷돈을 챙기려고, 비일반적인 계약을 하려고 계약조건을 숨기는 건 아닌가.
기자는 현재 축구판 뒷돈 커넥션을 취재하고 있다.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 중 하나는 이렇다.
계약조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의 무능력, 은밀한 뒷돈 거래를 숨기려는 계략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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