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8/8…시카고 컵스, 안방 구장에 처음 불 밝히다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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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염소의 저주'를 깨기 전만 해도 시카고 컵스는 뭘 해도 안 되는 팀이었다.
전년도에 신시내티를 인수한 파월 크로슬리 주니어(1886~1961)는 마이너리그 야간 경기가 관중 증가에 도움에 도움이 된다는 걸 확인한 뒤 안방 구장 크로슬리 필드에도 조명탑을 설치했다.
컵스가 리글리 필드에서 처음 야간 경기를 치르기로 한 건 1988년 8월 8일이었다.
이날 이후 컵스는 안방 야간 경기에서 468승 415패(승률 0.530)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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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야간 경기를 처음 치른 건 1935년 6월 24일(이하 현지 시간)이었다.
전년도에 신시내티를 인수한 파월 크로슬리 주니어(1886~1961)는 마이너리그 야간 경기가 관중 증가에 도움에 도움이 된다는 걸 확인한 뒤 안방 구장 크로슬리 필드에도 조명탑을 설치했다.
브루클린(현 LA) 다저스를 불러들여 치른 직전 안방 경기 때 2000명이었던 관중은 야간 경기 첫날 2만422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1882~1945)이 백악관에서 무선으로 조명탑에 불을 켰고 신시내티는 이날 1시간 35분 만에 필라델피아를 2-1로 꺾었다.
당시에는 이미 MLB 안방 구장 중 9개 구장에 조명탑을 설치한 상태였다.
문제는 그해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했다는 점이었다.
리글리 구단주는 조명탑을 설치하려고 사놓았던 철강 165t을 미군에 기증해야 했다.
컵스는 이후 나무와 중고 철제 기둥을 섞어 조명탑을 만들려고 했지만 전시생산국(WPB·War Production Board)은 이를 불허했다.
WPB는 그러면서 ‘정 야간 경기를 치르고 싶으면 (시카고 화이트삭스 안방인) 코미스키 파크를 활용하라’고 제안했다.
리글리 구단주는 이듬해(1945년) “야구는 낮에 하는 경기”라고 선언하며 “가능한 한 오래도록 태양 아래 경기를 치르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선언했다.
이후 리글리 필드에 조명탑을 설치하는 게 옳은지를 놓고 법정 공방이 40년 넘게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1988년 2월 25일 시카고 시의회에서 조건부로 조명탑 설치를 승인하면서 리글리 필드에서도 야간 경기가 열릴 수 있게 됐다.
1906년부터 컵스 팬이었던 해리 그로스먼 옹(1897~1991)이 스위치를 눌러 조명탑에 불을 밝혔다.
컵스는 이날 필라델피아 톱타자였던 필 브래들리(64)에게 선두타자 홈런을 내준 채 0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나중에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되는 라인 샌드버그(64)가 1회말 2점 홈런을 치면서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컵스는 이후 3-1로 앞선 채 4회말 공격을 시작했지만…
결국 컵스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뉴욕 메츠를 상대로 1호 야간 경기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다행히 컵스는 메츠를 상대로도 6-4 승리를 기록했다.
이날 이후 컵스는 안방 야간 경기에서 468승 415패(승률 0.530)를 기록 중이다.
그러니까 컵스는 염소의 저주뿐 아니라 ‘조명탑의 저주’에 시달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황규인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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