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바다얼음, 지금과 기온 비슷했던 ‘마지막 간빙기’ 때 다 녹았다

남종영 2023. 8. 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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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스웨덴 연구팀 “우려할 만한 상황”
북극 바다얼음을 서식지로 하는 북극곰. 게티이미지

북극해의 바다얼음은 태양과 바람을 먹으며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인다. 시시각각 깨지기도 하고 서로 붙어 넓어지기도 한다. 계절적으로는 겨울에 팽창했다가 여름에 줄어드는데, 최소 면적이 되는 건 9월이다.

과학자들은 이 최소 면적에 관심을 기울인다. 왜냐하면 북극 바다얼음은 멸종위기종 북극곰의 서식처일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의 핵심 엔진이기 때문이다. 바다얼음이 급격히 줄어들면 지구 기후의 안정성은 깨진다.

대표적인 게 알베도율이다. ‘하얀색’ 바다얼음이 줄어들면 태양에너지를 지구 밖으로 내보내는 반사율(알베도)도 낮아진다. 이에 따라 북극 기온이 상승하고 다시 바다얼음이 줄어드는 악순환(양의 되먹임)의 루프에 빠진다.

북극의 온난화는 북극 제트기류에도 영향을 미쳐 한반도에 이상한파 등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북극을 엔진으로 하는 해류의 변화, 플랑크톤의 이동 또한 초래해 지구적 변화를 일으킨다.

1980년 이후 북극의 바다얼음은 40년만에 40% 감소할 정도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여름철 북극의 바다얼음은 이번 세기 안에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2020년 ‘네이처 기후변화’에는 인류가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할 경우, 이르면 2035년 북극 바다얼음이 기능을 상실할 거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 미래의 창 ‘마지막 간빙기’

‘기후변화’라는 중병을 앓고 있는 지구가 과거에도 비슷한 환경에 놓인 적이 있다. 바로 약 12만9000년 전에서 11만5000년 전까지 있었던 ‘마지막 간빙기’(LIG∙The Last Interglacial)다.

‘에미안 간빙기’라고도 불리는 이 시대의 지구 평균기온은 기후변화 영향을 받은 현재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았고, 해수면은 6~9m 높았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이유로 마지막 간빙기에 관심이 큰데, 당시 북극에 바다얼음이 있었는지 아니면 녹아 없어졌는지를 두고 의견 일치를 못 보고 있던 상황이다. 기후 모델을 통한 연구 결과에서는 연중 얼음이 없었다는 결과부터 완전히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는 결과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래픽_영상소셜팀 온수애

이런 가운데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팀이 북극해 해저의 퇴적물 코어를 분석한 결과, 대서양에 살던 동물플랑크톤이 마지막 간빙기에 북극해까지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서 밝혔다. 이는 이 시대 여름, 북극에 바다얼음이 없었다는 뜻으로, 향후 기후변화 예측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스톡홀름대는 보도자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극의 가장 두꺼운 빙하 아래 지점의 퇴적물 코어에서 나온 동물플랑크톤인 유공충류의 발생과 구성의 변화를 연구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아열대 대서양 종인 ‘투보로탈리타 퀸켈로바’(학명 Turborotalita quinqueloba)가 마지막 간빙기에 북극해 중앙부까지 대규모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종은 얼음이 없고 생산성이 높은 해역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는 적어도 여름에 북극해에 얼음이 없었다는 걸 강력히 시사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종은 얼음이 거의 없는 표층수를 선호한다“며 “현재 이 종은 프람해협 등 대서양에서 북극해로 이어지는 관문에 서식하고 있는데, 마지막 간빙기에 이 종이 북극해 한가운데서 서식했다는 것은 대서양에서 공급되는 물 덩어리가 북극까지 밀려왔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바다 위에 떠있는 바다얼음은 계속 움직인다. 날씨와 태양 그리고 계절에 따라 팽창과 축소를 반복한다. 매년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는 구역, 계속 얼어있는 구역 등으로 나뉜다. 이러한 운동이 평형 상태를 벗어날 경우, 대기와 해류, 생태계의 변화를 촉발한다. 게티이미지

■ 북극이 대서양이 되어간다

이는 현재 북극해의 ‘대서양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서양화는 더 따뜻하고 염분이 많은 대서양 바닷물이 북극해로 올라가, 북극에서 대서양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뜻한다.

이 대학 지질과학과의 플로르 베르마센 박사후연구원은 “마지막 간빙기에 계절에 따라 바다얼음이 없었다는 사실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왜냐하면 파리협정의 목표인 1.5도를 웃도는 정도의 (지금의)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간빙기의 북극의 물리적 조건과 환경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기후 및 해양 모델 연구와 함께 해수면 온도와 해수 질량 등의 변수를 포함한 통합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기사가 참고한 논문 https://doi.org/10.1038/s41561-023-01227-x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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