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고마워’ 트레이드 2번이 모두 신의 한 수…‘포스트 박경수’ 오디션, 제대로 불붙었다
[OSEN=이후광 기자] “2루수 경쟁이 완전히 불붙었다.”
KT 이강철 감독은 최근 잠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두 달 만에 꼴찌에서 5강권으로 올라선 기적의 반등 요인 중 하나로 2루수 고민 해결을 꼽았다.
KT는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 이후 줄곧 베테랑 박경수(39) 후계자 물색에 나섰지만 마땅한 자원을 찾지 못했다. 오윤석, 권동진, 신본기, 김병희 등이 2루수 오디션에 참가해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결국 박경수는 지난해 100경기 타율 1할2푼 10타점 부진에도 이강철 감독의 요청으로 현역을 1년 더 연장해야 했다. KT는 아직 박경수보다 수비력이 안정된 2루수를 찾지 못했다.
내부에서 자원을 찾지 못한 KT는 외부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지난 5월 19일 롯데에 창단 멤버인 좌완투수 심재민을 내주는 대가로 우투좌타 2루수 이호연을 데려왔다. KT 나도현 단장은 “이호연은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며, 기존 내야 자원들과의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라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 트레이드 하나로 KT 2루수 포지션의 판도가 바뀌었다. 5월만 해도 타율 1할대로 새 둥지 적응에 애를 먹은 이호연은 6월이 되자 완전히 다른 선수로 바뀌었다. 16일 끝내기안타, 18일 데뷔 첫 4안타를 비롯해 6월 타율 3할5푼4리 6타점으로 반등을 이끌었고, 7월 타율 3할5푼7리, 8월 3할3푼3리의 좋은 타격감을 유지 중이다. 6월 21일 수원 롯데전에서 자신이 친 타구에 코뼈가 골절됐지만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며 포스트 박경수 오디션을 이끌고 있다.
이호연의 반등은 다른 2루수 요원들을 자극시켰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호연과 마찬가지로 2021년 7월 롯데에서 KT로 트레이드 이적한 오윤석이다. 전반기 극심한 슬럼프로 1군과 2군을 자주 오갔던 오윤석은 6월 22일 이 감독의 부름을 받은 뒤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6월 타율 2할6푼7리로 감각을 조율하더니 7월 들어 타율 5할을 치며 이호연의 2루수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7월 말 5경기 타율 7할5푼 맹타로 KT 기적의 반등에 큰 힘을 보탰다.
이 감독은 “연습 배팅을 하면 2루수 3명이 다 잘 친다. 경쟁이 완전히 불붙었다. 체력 안배가 알아서 되고 있다”라고 흡족해하며 “이호연 트레이드가 엄청 컸다. 우리 내야에 우투좌타가 1명도 없었는데 좌타자가 들어오면서 타선을 짜기가 수월해졌다. 그 선수 1명으로 많은 게 바뀌었다”라고 바라봤다.
선수들도 이호연의 트레이드를 신의 한 수로 여기고 있다. 오윤석은 “선의의 경쟁을 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시너지 효과가 난다”라며 “나 또한 (이)호연이와 같은 입장에서 KT로 넘어온 케이스다. 지금 호연이 마음이 어떤지 알고 있으며, 서로 연구하고 결과를 내야 한다. 우리가 노력하면 팀에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호연이는 롯데 2군 때부터 함께 생활했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동생이다. 호연이가 이적한다고 했을 때 좋아서 먼저 연락도 했다”라며 “지금 잘하고 있는 걸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나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연구를 거듭한다”라고 이호연 효과를 설명했다.
주전 2루수가 되기 위해 연일 노력 중인 후배들을 보는 대선배의 마음도 뿌듯하다. 박경수 또한 은퇴 전 최대 목표가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를 찾는 것이었다.
박경수는 “이호연, 오윤석의 경쟁을 너무 기분 좋게 보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열심히 하고 좋은 플레이를 많이 해서 흐뭇하다. 잘 됐으면 좋겠다”라며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두 선수 중 누가 먼저 나가든 뒤에 있는 선수가 응원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잘했으면 좋겠다. 각자 속마음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라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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