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가 중간으로…” KIA 30세 잠수함의 ERA 2.44 인생역전…이 체인지업이 그 체인지업이 아니다

김진성 기자 2023. 8. 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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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 내가 중간으로 갈 수 있겠다…”

KIA 사이드암 임기영(30)도 어느덧 데뷔 12년차에 접어들었다. 시즌을 준비하고 치르다 보면, 감이 온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까마득한 후배 윤영철과 5선발 경쟁을 벌였지만, 위와 같은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현실이 됐다.

줄곧 선발투수로만 살아왔다. 2017년 KIA 이적 후에도 그랬다. 선발투수로 잘 살기 위해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조합에 투심과 슬라이더를 추가했다. 그러나 중간계투로 변신하려면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물론 2022시즌 막판에 등판 간격, 순번 등의 이슈로 잠깐 불펜으로 뛰었으나 한 시즌 내내 전문 불펜으로 뛰려면 준비가 필요했다.

임기영은 지난 6일 광주 한화전을 앞두고 “중간에서 100이닝 던져보고 싶다고 혼자 목표도 새워봤다. 내가 많이 던지면 팀에 보탬이 되지 않겠나 싶다. 시범경기서 선발로 나갔지만, 중간으로 갈 수 있겠다 싶었다. 영철이가 선발로 가고 내가 롱릴리프로 뛰면 내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내 위치에서 잘 던지는 게 맞다. 선발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팀 성적이 나야 내 가치가 올라간다”라고 했다.

그렇게 중간계투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무기 체인지업에 손을 댔다. “작년부터 안 먹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름대로 캐치볼을 하면서 내 손에 맞는 그립을 찾았다. 올 시즌 던지면 던질수록 좋아졌다. 캠프에서부터 손에 잘 맞았다. 결과가 좋으니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라고 했다.

캠프에서부터 바꿔봤고, 중간계투로 보직 변경이 확정되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올 시즌 임기영 체인지업은 기존의 체인지업에 비해 떨어지는 낙폭이 상당히 크다. KBS N 스포츠 박용택 해설위원은 지난주 포항 삼성전을 중계하면서 임기영 체인지업을 두고 “타자 입장에선 직구와 비슷하게 보인다. 똑같이 날아오다 뚝 떨어진다”라고 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임기영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작년 0.234서 올해 0.173으로 뚝 떨어졌다. 사용 비율은 작년과 비슷한데, 올해 구종 가치가 훨씬 높다. 결국 롱릴리프에서 필승계투조로, 심지어 메인 셋업맨을 꿰차기에 이르렀다. 올 시즌 41경기서 1승1패2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2.44. 시즌 59이닝으로 올해 순수 구원투수들 중 최다이닝 1위다.

임기영은 “가운데만 보고 던진다. 잘 안 먹히면 장타가 되지만, 초구부터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운데만 보고 던진다.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적일 때도 던진다. 자신 있게 던지다 보니 장타도 줄어든 것 같다”라고 했다.

체인지업이 극강인데, 작년과 각 구종 구사 비율이 비슷하다. 보통 불펜투수는 선발투수에 비해 많은 구종을 구사하지 않지만, 임기영은 슬라이더와 투심도 그대로 사용한다. 여전히 멀티이닝을 소화할 때가 많다. 공 스피드 자체는 빠르지 않으니 다양성에 의한 효과도 놓치지 않는다.

임기영은 “선발은 한 경기 못 던지면 4~5일 동안 부담도 되고 그렇다. 그런데 불펜은 다음 날 바로 잘 던질 수도 있다. 그런 게 좋다. 루틴도 완전히 바뀌었다. 선발 던졌던 날은 밥도 안 먹었는데 이젠 체력관리가 중요해서 먹으려고 한다. 팔을 몇 번이나 풀어서 지친 적도 있었는데 이젠 나갈 타이밍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체력관리를 잘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KIA 불펜은 강력하다. 임기영은 믿음이 확고하다. “다 고생하고 있다. 서로 믿는다. 내가 주자를 깔고 내려와도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다 보니 결과도 좋은 것 같다. 선발이 6회 이상 길게 막으면 중간에 좋은 투수가 많기 때문에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라고 했다.

[임기영.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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