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에게도 버거운 ‘GOAT’ 메시, 미국 무대에서 700승과 최고 승률 금자탑 [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는 역시 아직은 저물지 않은 ‘태양’이다. 아니, 오히려 시곗바늘을 거꾸로 되돌린 듯 더욱 빛나는 ‘GOAT(Greatest Of All Time)’다. 나날이 다달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가는 발걸음을 멈출 줄 모르는 ‘신계의 사나이’다.
미지의 땅도 메시에겐 낯섦의 위압감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용틀임하는 메시의 몸놀림은 미국 프로축구계 판도를 완전히 뒤집기에 충분한 듯싶다. ‘기록 제조기’답게 새로운 지경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걸음걸음마다 눈부신 기록을 아로새기며 자신이 구축한 천하의 영역을 더욱 넓혀 가는 메시다.
첫걸음부터 무척 인상적이다. 미국 데뷔 무대에서, 통산 700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경탄을 자아내는 발자취에, 그 누가 감탄치 않으리오. 70%에 육박하는 엄청난 승률(68.1%)은 경이롭다 못해 두려움까지 느끼게 한다. 맞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조차도 버겁게 느낄 만한 높디높은 승률이다.
그뿐이랴. 4경기에서 7골, 경기당 2골에 가까운(1.75) 득점 페이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아연케 할 뿐이다. 마치 전성시대를 다시 보여 주는 듯한 빼어난 골 감각을 한껏 뽐낸다. 유럽 무대에 비해 다소 뒤떨어지는 수준의 미국 무대라고 할망정, 그래도 그 대단한 활약상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을 듯하다.
덩달아, 팀도 즐겁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동부콘퍼런스 꼴찌(15위)를 달리던 인터 마이애미는 실종(?)됐다. 4연승(1 승부차기 승 포함)의 신바람에 취해 있다.
승률 메시 對 승수 호날두, 장군 멍군 부르며 맞서
6일(이하 현지 일자), 메시는 또 두 차례나 득점포를 쏘아 올렸다. 리그컵 16강 댈러스전에서,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했다. 전반 6분 기선을 제압하는 골(1-0)과 후반 40분 기사회생의 동점골(2-2)을 터뜨렸다. 승부차기에서도, 첫 키커로 나서 깨끗이 성공시키며 승리(5-3)로 가는 튼실한 디딤돌을 만들었다.
메시의 맹활약에 고무된 인터 마이애미는 8강 고지에 가장 먼저 올랐다. MLS와 리가 MX(멕시코 프로축구)가 어우러져 패권을 다투는 리그컵은 그룹 스테이지와 녹아웃 스테이지로 자웅을 겨룬다. 2023시즌엔, 모두 45개 팀이 출전해 15개 조별 리그를 펼친 뒤, 단판 승부의 32강전을 시작으로 결선 라운드를 치르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데뷔 무대에서, 메시는 ‘극장골’을 터뜨리는 연기로 더욱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7월 21일 리그컵 조별 라운드 첫판 CDSC 크루스 아술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1분에 결승골(2-1)로 멋들어지게 주인공 역을 연희(演戲)했다. 새 영역 개척의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뎠음을 알리는 포효였다.
아울러 또 하나의 뜻깊은 발걸음이기도 했던 값진 승리였다. 2004-2005시즌 스페인 라 리가 명문 바르셀로나에 둥지를 틀고 성인 프로 무대에 모습을 나타낸 뒤 700승 고지에 올라서는 기념비를 세우는 순간이었다. 바르셀로나(542승)-파리 생제르맹(49승)을 거치며 591승을 올린 메시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으로 거둔 108승을 보태 이 경기를 앞두고 대망의 700승 고지에 한 걸음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표 참조).
축구 역사상, 700승 고지를 밟은 선수는 단 두 명, 메시와 호날두뿐이다. 메시는 통산 승수에서는 뒤진다(703-767승). 2시즌 빨리 1군 무대에 데뷔한 호날두(2002-2003시즌·스포르팅 리스본)가 긴 경력에 힘입어 앞서 있다. 그러나 메시는 승률에서 호날두를 제치며 ‘멍군’을 불렀다. 승률에서, 메시는 68.1%(1,032경기-703승)를 기록해 65.4%를 보인 호날두(1,172경기-767승)에 2.7% 앞서 있다.
용솟음치는 메시의 기세다. 경기가 벌어질 때마다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리그컵 조별 라운드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전(7월 25일·4-0 승)에서 선제 결승골을 비롯해 2골을, 32강 올랜도 시티전(8월 2일·3-1 승)에서 역시 선제골 포함 2골을 각각 터뜨렸다.
메시는 거침없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요즘 같은 형세라면, 메시가 또 다른 무대에서 또 하나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위업을 이루는 건 생각보다 빠를지 모른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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