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고등교육 혁신 전략을 준비해야 할 시점
그동안 각 지역 대학의 주된 업무파트너는 '지방정부'가 아니라 고등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교육부와 연구 관리를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이었다. 하향식 평가제도와 그 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지역 대학의 숨 가쁜 랠리는 서로에게 타격을 주며 피로도를 높여 왔다.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하고 지역의 청년인재 유출로 지방소멸의 심각성이 커지자 정부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교육개혁,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을 비전으로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지방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성 있는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는 재정 마련을 통해 강력히 드러난다. 2023년 1월부터 고등교육재정의 안정적 확충을 위해 9조 7000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가 도입됐다. 대학 자율 혁신, 지방대학육성, 교육·연구 여건 개선, 균형적 학문 발전 등에 사용하기 위한 특별회계다. 이 특별한 돈주머니를 잘 열기 위해 이제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 내 지방정부의 발언권이 매우 중요해졌다. 지역혁신중심 대학 지원 체계(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구축 사업의 경우 고등교육지원을 지역 발전전략으로 수립하고 활용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지방정부와 중앙부처, 그리고 지역 대학의 협력 정도에 따라 지역의 고등교육 환경은 '떠오르거나' 아니면, '저무는' 시간을 맞이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지역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대전과 세종의 변화 흐름은 어떠한가?
최근 우리 지역 고등교육 분야의 큰 이슈는 2022년 10월 대전·세종·충남(DSC)이 교육부의 고등교육혁신 특화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사례였다. 그 결과 미래형 모빌리티 분야 현장실습 지원비와 자율주행 실증 교육과정 특례가 적용돼 현장 중심의 수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연인원 3000여 명에 이르는 이 분야의 인재양성과 지역 착근율 30% 달성을 추진 목표로 세워, 대전·세종·충남(DSC) 공유대학 운영 등의 고등교육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대전과 세종 두 지방정부의 차별적인 행보도 진행 중이다.
대전시는 오는 2025년 본격적으로 도입될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추진을 목표로, '2023년 지방대학 및 전문대학 활성화 사업 추진 관계자 회의'를 개최하고 지역발전계획, 지역 산업과 연계한 대학별 특성화 전략 수립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나노반도체 종합 연구원 설립, 우주개발 클러스터 구축 등 산업체계 개편과 고등교육 인재육성 전략을 활발히 펼쳐나갈 계획이다.
세종시의 경우 지역인재 양성 기반 조성을 위해 4-2생활권 복합캠퍼스 부지에 교육·연구·산업·주거·문화 기능이 융·복합된 '글로벌 청년창업빌리지'를 조성 중이다. 2024년 개교를 목표로 한 공동캠퍼스 조성 사업도 우수 대학 등의 유치가 이미 상당히 이뤄진 상황이다.
최근에는 세종시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사이버보안과 데이터과학 분야 인력·산업 육성과 산·학·관 협력지구 조성을 위한 연구 협약을 체결하는 등 지방정부와 대학 간 동반 성장을 위한 단추를 하나씩 채워 나가고 있다.
아쉬운 상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전과 세종지역의 대학들이 모두 고등교육 역점 사업 중 하나인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1차 공모에서 탈락했다. 새로운 적응과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어쩌면 백 년을 넘게 이어갈 지역의 고등교육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 허락된 것일 수도 있다. 쓴 잔을 들이킨 시간은 다시 우리가 우리 지역을 톺아보고, 지방정부와 지역대학 간 동반자가 되기 위한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중요함을 일러 준다. 고등교육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는 시민의 공감대와 더불어, 산업과 사회에 필요한 인재 양성에 신속히 대응하는 지역 교육 혁신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 흐름 속에서 대전과 세종 두 지역의 특성을 살린 고등교육혁신 전략을 위해서는 충분한 조직, 인력, 재정지원, 그리고 시민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지가 바탕이 돼야 한다. 우리 대전세종연구원도 두 지방정부가 맺어갈 고등교육기관과의 협력적 거버넌스 운영에 필요한 윤활유이자 혁신의 트리거(trigger)가 되고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예금 보호 한도 '5000만→1억' 상향… 여야 6개 민생법안 처리 합의 - 대전일보
- '세계 최대 규모'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3.6㎞ 전 구간 개방 - 대전일보
- 안철수 "尹 임기 넘기면 더 심한 특검… DJ·YS 아들도 다 감옥" - 대전일보
- 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생중계 안한다 - 대전일보
- 가상화폐 비트코인, 사상 첫 9만 달러 돌파 - 대전일보
- 尹, 수능 하루 앞두고 수험생 격려…"실력 유감없이 발휘하길" - 대전일보
- "방축천서 악취 난다"…세종시, 부유물질 제거 등 총력 - 대전일보
- "요즘 음식점·카페, 이용하기 난감하네" 일상 곳곳 고령자 배려 부족 - 대전일보
- '이응패스' 편리해진다…내달 1일부터 휴대전화로 이용 가능 - 대전일보
- 한동훈 "대입 시험날 시위하는 민주당… 최악의 민폐"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