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2'→'약한영웅' 한준희 감독, 계란으로 깨부순 바위[인터뷰S]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사회운동가도 아닌, 그냥 영화 만드는 사람인데요 뭘. 그래도 최소한 이 소재를 가져와서 쓴다고 했을 때는 해보려고 몸부림치는 인물들이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흔적이라도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D.P.'부터 '약한영웅:Class1'까지 작은 사회라 불리는 군대, 학교 내의 어두운 진실을 끄집어낸 한준희 감독. 그의 세상 속에서는 이 사회의 계란들이 끝끝내 바위를 쳐 흔적을 남기고 결국 깨부수는 '해피엔딩'을 이룰 수 있다.
'D.P.2'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더 깊어지고 확장된 이야기를 담은 'D.P.' 시즌2는 지난 28일 공개 이후 줄곧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1위를 지키며 사랑받고 있다. 또 넷플릭스 TOP 10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공개 3일 만에 280만 뷰, 1천50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글로벌 TOP10 TV 부문(비영어) 5위에 올랐다.
이에 한준희 감독은 "순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징병제가 아닌 국가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일 수 있어서 성적에 대한 기대는 안 했는데 좋아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군인 잡는 군인 'D.P.'(디피)라는 신선한 소재와 그들이 마주한 다양한 청춘들의 이야기로 우리 사회를 날카롭게 직시하며 뜨거운 화두를 많은 사랑을 받았던 'D.P.'시리즈는 2년 만에 더 깊어진 이야기로 돌아왔다. 시즌 2 연출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묻는 말에 한 감독은 " 인물들이 어떻게 됐을 것인가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답했다.
그는 "'이 이야기를 우리가 왜 더 해야하는가'가 이야기의 줄기가 됐다"며 "조석봉(조현철) 사건을 목도한 20대 초중반 남자아이들이 그저 온전하게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온전하지 못해도 군대 기간이 남아있으니까. 비단 준호열 말고 다른 인물들도 그런 비극적인 일들을 목도하고 관계맺던 사람과 사건이 있었으면 어떻게 안고 치유하고 돌파해서 나아 갈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준호열'이라 불리며 주연 배우 정해인과 구교환의 케미를 애정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던 만큼, 이들의 분량과 케미가 감소한 데에서 오는 아쉬운 반응도 있다. 특히 한호열 역의 구교환의 분량과 위트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운 반응이 많은데 이에 한준희는 "어떤 반응이든지 간에 이미 나왔으니까, 거기에 대해 내가 가타부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20대 초중반의 한호열이란 인물이 군생활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의 죽음과 외상을 겪는다. 한호열이 굉장히 위트 넘치고 재치 있는 인물이지만, 내부는 섬세하고 유약하고, 센척하는 순간도 있는 인물"이라 설명하며 "그 인물이 그렇게 힘든 시간을 관통했을 때 멀쩡하다면 그건 그 캐릭터가 가짜가 되는 것이다. 사람마다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 방식이 다르지만, 호열이 사건을 겪으면서 내면의 어둠을 이겨내는 방식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을 묻는 대상과 내용을 확장한 것에 대해서는 "이 이야기의 소재 자체가 거창하진 않지만, 책임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소재라 미약하지만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여기 나오는 인물들이 돌파하고 몸부림치고 이런 것들이 현실에 보기 드물 수 있기 때문에 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근데 보기 드물 수 있지만, 분명히 있다. 그래서 현실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라며 현실의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D.P.2'에서는 임지섭 역을 맡은 손석구의 분량 증가가 눈에 띈다. '나의 해방일지', '범죄도시2'로 연일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손석구 '본케'의 영향이 있는 질문에 한준희 감독은 "다른 작품 흥행 이전에 대본이 나왔던 것"이라 부인하면서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임지섭 대위의 분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며 "다만, 'D.P.2'가 누군가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인데 안준호 같은 인물은 그게 뭔지도 몰랐을 것 같고 그렇게 똑똑한 인물도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달려가기 위해서는 장교였던 지섭을 통해서 책임자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발화점으로 쓰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D.P.2'에서는 정해인, 구교환, 손석구 외에 정석용, 배나라, 최현욱 등 신선한 마스크를 가진 조연의 활약 역시 빛났다. 캐스팅에 대해 한준희 감독은 "인지도를 떠나서 가장 적합하게 어울리는 배우인가를 고민했다"며 "문상훈과 배나라 같은 경우는 정극 매체 경험은 없지만, 신선한 부분이 있어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알 수 없는 배우기에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약한영웅: Class1'에 이어 'D.P.2'서도 호흡을 맞춘 최현욱에 대해서는 "'약한영웅:Class1'과 'D.P.2'를 나란히 캐스팅했다"며 "'약한영웅'과 다른 모습과 눈빛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D.P.2'에서는 '애잔' 전문 배우 정석용의 새로운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에 한 감독은 "데뷔작을 같이 했을 때도 정석용은 당하는 역할이었다. 그때부터 정석용 선배의 눈빛을 보며 이런 모습을 뽑아내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오민우 준위는 바뀌기 전의 군대 모습을 의인화하는 역할이다. 폭력적인 옛날 군대를 어떤 인물이 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멜로 장인 정해인이 그린 안준호, 애잔 전문 배우 정석용이 그린 오민우, 최현욱의 양면까지 새로운 모습을 발굴해 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한준희 감독. 그는 이에 "연출자의 역할은 배우가 몇 편의 작품을 했건 관객들에게 색다른 면모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그런 모습을 발견하는 게 재밌다. 배우가 결국은 전부일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새로운 역할로 어떤 표정을 지었을 때 쾌감을 느껴야 그 회차가 알차게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을 기대하는 반응에 대해 한준희 감독은 "나 혼자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D.P.' 시즌 2를 할 때도 정말 너무 힘들었다"며 "이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데 많은 분의 힘들고 아픈 부분들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인물들이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가는 다음 시즌을 만드는 게 어렵구나라는 생각했다"고 고충을 밝혔다.
그는 "'D.P.2'를 시작할 때 '이 이야기를 우리가 왜 더 해야 하는가'가 이야기의 줄기가 됐다. 그렇다면 시즌3는 왜 또 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작가님, 배우들과 함께 찾아야 할 것"이라면서 "아직까지는 당연히 그런 생각을 못 해봤다"고 말했다.
호열(구교환)의 전역으로 혼자 남겨진 준호(정해인). 준호의 다음 짝꿍은 어떤 인물이 됐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한준희 감독은 "한호열 말고 준호의 다음 버디가 될 수 있는 인물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아직은 상상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고 호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D.P.'시리즈와 '약한영웅'까지 사회의 어두운 면을 꼬집어내는 한준희 감독은 "내가 무슨 사회 운동가도 아니고 그냥 영화 시리즈 만드는 사람"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소한 이 이야기 소재를 가져와서 쓴다고 했을 때에는 적어도 거기에 대해서 나아가는 얘기를 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시즌 2의 엔딩은 해보려고 몸부림치는 인물들이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흔적이라도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주에서 해피엔딩이라곤 말하긴 그렇지만, 작은 것이라도 해낼 수 있었던 결말이라 생각한다"며 'D.P.2'를 마친 소회를 밝혔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