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거짓말로 밝혀진 소트니코바의 ‘도핑 셀프 인증’ [후일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소트니코바의 도핑 관련 질의서에 대한 답신을 받았다. 소트니코바가 도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재조사가 어렵다는 게 IOC 결론”이라고 7일 전했다.
소트니코바는 3월 13일 공개된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2014년 도핑 테스트에서 내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다 두 번째 샘플에서 음성 판정이 나와 혐의를 벗었다”고 말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당시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발리예바가 반도핑 규칙을 위반한 건 맞지만 과실은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내렸다”면서 “이 결정에 대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하기로 했다”는 뜻을 밝힌 상태였다.
여기까지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으로 넘어갈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이 유튜브 채널이 지난달 5일 소트니코바의 인터뷰 부분만 따로 편집해 올린 다음이었다. 이후 소트니코바의 도핑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소트니코바의 고백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문제 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대한체육회는 “(A, B 샘플 검사 결과가 다른) 이런 경우는 매우 희박한 사례라 재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IOC에 질의서를 보냈다. ‘제사 덕에 이밥’이면 좋고 ‘밑져야 본전’인 상황이었다.
IOC는 2017년 이미 소치 올림픽에 참가했던 러시아 대표 선수에 대해 대대적인 재조사를 진행한 상태였다. 그 결과 러시아 선수(팀)가 따낸 메달 가운데 4개(금 3, 은 1)는 주인이 바뀌었지만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메달리스트에는 변함이 없었다.
소트니코바는 소치 올림픽 당시 러시아 선수 가운데서도 율리아 리프니츠카야(25)에게 밀린다는 평을 들었던 선수다. 하지만 쇼트 프로그램에서 김연아(74.92점)에 0.28점 뒤진 74.64점을 받아 2위에 오르면서 금메달 경쟁자가 됐다. 그리고 이어 열린 프리 스케이팅에서 김연아(144.19점)보다 5.76점 많은 149.95점을 받으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소치 대회 이후 소트니코바는 별다른 활약 없이 스케이트를 벗었고 2018년 평창 올림픽 때는 역시 러시아 대표인 알리나 자기토바(21)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2 베이징 때도 발리예바가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평가받았지만 도핑 때문에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한국 팬들에게는 발리예바를 감싼 소트니코바도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에 해당하기를 바랐겠지만 결국 ‘입술에 침이나 바르라‘라는 말로 소동이 마무리됐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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