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커들, 러 주요 미사일업체 해킹”

로이터 “ICBM 등 개발社 뚫려
2021년 말 이후 5개월 만에 발각
이후 北 탄도미사일 개발에 진전”

북한 해커집단이 러시아 주요 미사일 개발업체의 방화벽을 뚫는 데 성공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보안 전문가들과 함께 기술적 증거를 분석한 결과 “스카크러프트와 라자루스로 불리는 북한 정부 연계 사이버첩보팀이 러시아 방산업체 NPO 마쉬노스트로예니야(NPO 마쉬)의 시스템에 침입할 수 있는 백도어를 비밀리에 설치한 사실을 알아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모스크바 교외 소도시 레우토프에 있는 NPO 마쉬 산하 로켓 설계 부서가 공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44년 설립된 NPO 마쉬는 러시아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우주 발사체 개발 등에 관여했으며 현재도 극초음속 미사일과 위성 기술, 차세대 탄도탄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통신이 입수한 NPO 마쉬 내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2021년 말 시스템에 침입하는 데 성공했고 이런 사실은 이듬해 5월이 돼서야 발각됐다. 통신은 북한 해커들이 실제로 자료를 빼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침입 이후 수개월 동안 북한 정권은 금지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여러 건의 진전을 발표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만약 북한 해커들이 최신 무기와 관련한 정보를 빼냈다 하더라도 즉시 같은 무기를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전문가인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마커스 실러 박사는 “설계도를 입수하는 것은 이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며 “여기(실제 제작)에는 일부 도면보다 훨씬 많은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무기 개발에 정보를 참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얻을 수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NPO 마쉬가 개발한 무기 중에는 ‘연료 앰플화’ 기술이 적용된 액체연료 ICBM이 있다. 제조 단계에서 엔진에 연료를 주입해 밀봉하는 기술인 앰플화를 통해 액체연료 미사일을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공교롭게도 북한 해커들이 NPO 마쉬 침입에 성공한 것과 비슷한 시점에 북한은 미사일 연료 앰플화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