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낼 땐 주택법, 대출받을 땐 건축법… 오피스텔 이중 잣대

신유진 기자 2023. 8. 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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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봉쇄된 오피스텔(2)] 골칫덩이 된 오피스텔

[편집자주]정부의 대출·세금 규제 정책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오피스텔이 고금리 시대에 폭탄으로 돌아왔다. 오피스텔은 당초 업무·상업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아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의 적용을 받지만 수도권 주택난과 높은 아파트값으로 '주거형 오피스텔'이 보편화돼 왔다. 문제는 실수요자뿐 아니라 은퇴자금을 이용한 노후 대비 투자, 저금리 시대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자 등이 오피스텔 가격을 끌어올려 금리 상승 시대에는 가격 하락의 피해를 받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을 명분으로 대출과 세금 규제 특례를 인정, 가격 방어를 하는 반면 오피스텔은 높은 취득세와 관리비 등 불리한 조건만 유지된 채 규제 차별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오피스텔을 합법적인 주거 용도로 인정하면서 규제를 차별하는 것은 피해를 양산한다며 합리적인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집값 급등기와 정부의 강력한 규제 당시 아파트의 대체제로 인기를 끌던 오피스텔이 수요자들로부터 외면 받으면서 찬밥 신세가 됐다. 사진은 오피스텔 밀집지역.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주택 인정하면서 '규제 차별'… "주택 수 빼달라" 오피스텔 청원 봇물
(2) 세금 낼 땐 주택법, 대출받을 땐 건축법… 오피스텔 이중 잣대
(3) [르포] "1억원 싸게 팔아요" 서울, 마피 오피스텔 매물 속출

"세금을 낼 땐 '주택'이 되고 대출을 받을 땐 '비주택'이 되는 오피스텔은 정체성이 없는 변종 상품 같아요. 현재는 각종 규제에 막혀 투자자들을 지켜줄 수 없는 골칫덩이가 됐어요" - 서울시내 한 오피스텔 소유자

집값 급등기와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아파트의 대체제로 인기를 끌던 오피스텔이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찬밥 신세가 됐다. 오피스텔 소유자들은 정부의 세금 정책이 본인들을 사지로 내몬다며 "역차별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집값 하락에 따른 시장 회복을 위해 과거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고 취득세 중과세율을 대폭 낮췄다. 이후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대안도 내놓으면서 주택 수요는 자연스레 아파트로 몰렸다. 하지만 오피스텔만 규제가 여전히 완화되지 않았다.



빗발치는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 청원


오피스텔 소유자들이 모인 '전국 오피스텔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최근 지난달 25일 '전입신고된 오피스텔의 주택 수 제외에 관한 청원'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동의 기간은 8월24일까지로 동의자는 이미 1만2000명을 넘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8월 주택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근절을 이유로 지방세법을 개정했다. 개정세법엔 주택 수에 따른 세금 규제 강화,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가산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애매한 오피스텔 위치다. 건축법상 오피스텔은 업무 용도로 규정돼 주택이 아니다. 주택법에서도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업무 시설로 고시됐다.

다만 오피스텔도 주거용으로 사용하겠다고 전입신고를 할 경우 세법상 주택 수에 가산된다. 전입신고된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간주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적용받는다. 오피스텔이 역차별 논란에 휩싸이게 된 배경엔 주거용이더라도 업무시설 취득세 4.6%를 부과하면서다. 주택 취득 시 1주택자 취득세율은 1.0%, 2주택자 취득세율은 1~3%대인 것과 비교하면 주택보다 높은 수준의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협의회는 "주거 용도로 사용되는 근린생활시설이나 고시원 등은 세법상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아 보유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말엔 주택 대상으로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주택 취득 중과세율을 대폭 낮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례보금자리론 등 혜택도 줬지만 오피스텔은 대상에서 빠졌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집값 하락에 따른 시장 회복을 위해 과거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고 취득세 중과세율을 대폭 낮췄다. 이후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대안도 내놓으면서 주택 수요는 자연스레 아파트로 몰렸지만 오피스텔만 규제가 여전히 완화되지 않았다./사진=뉴스1



발코니 확장도 안 돼… "차라리 주택에서 배제하라"


인천에 오피스텔을 소유한 A씨는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발코니 확장도 제한된다"며 "업무시설이란 이유로 규제를 받고 있는데 이럴 거면 차라리 주택에서 배제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오피스텔에 적용된 차별은 세금 등의 문제뿐 아니라 건축법상 아파트가 아니라는 이유로 발코니 등의 설치도 불가능하다. 대출 등 정부 혜택 역시 예외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오피스텔 소유자들은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규제 완화 혜택이 없음에도 전입신고를 하면 주택 수에 들어가 종부세까지 부과되기 때문이다. 결국 오피스텔이 건축법상 세금 부분에선 주택 범주에 들어가고 건설기준에선 주택이 아니라는 것은 불평등한 이중 잣대로 적용된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오피스텔 소유자들의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함을 요구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니라 건축법을 적용받는데 주택으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준주택으로 불린다"며 "대출받을 땐 불리하고 세금은 가중되니 소유자들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오피스텔은 원래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 수에 가산시키는 게 불합리한 부분이 있을 순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피스텔 규제 완화가 형평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오피스텔은 서민들의 거주 목적보단 다주택자들이 임대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오피스텔 규제 완화를 위해 전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기엔 어렵고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는 만큼 마지막에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빌라 전세사기부터 집값 안정화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에 대해 정부가 우선 순위를 두면서 관계법령 개정도 다 미뤄지는 상황"이라며 "오피스텔 규제 완화 문제는 급한 게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피스텔 한 채만 갖고 실거주한다면 해당 규제가 불리한 부분은 없어 불만도 크게 없을 수 있지만 여러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며 "다만 다주택자 입장에서도 주택이 아님에도 주택으로 간주한 부분은 억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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