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셀프 상장’으로 올해만 250억 평가익

오귀환 기자 2023. 8.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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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전 지분투자 이어 상장 주관까지
의무보유 인수 물량은 이미 차익 실현
이해상충 우려있지만 법적 문제 없어

한국투자증권이 비상장주식 사전 투자로 올해만 25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전에 투자한 뒤 상장을 주관한 오브젠과 나노팀, 마녀공장 모두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상장 전에 투자한 기업의 상장 주관사로 참여하는 ‘셀프 상장’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금을 태웠기 때문에 기업의 적정 가치를 찾기보다 상장 과정에서 공모가를 ‘뻥튀기’하려는 의지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좋은 기업이기 때문에 상장 전 투자를 하고, 상장 주관도 맡는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마녀공장은 전 거래일 대비 3450원(13.35%) 급등한 2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대비 83.15%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기준 나노팀과 오브젠 주가도 공모가 대비 각각 47.46%, 188.89% 오른 가격에 장 마감했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전에 지분을 투자하고 상장까지 주관했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7월 오브젠에 15억원(13만5000주)을 투자했다. 지난해 5월과 7월에는 나노팀과 마녀공장에 각각 81억원(63만9608주), 30억원(59만9984주)을 투자했다.

세 기업에 대한 한국투자증권의 평가이익은 최소 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투자한 오브젠의 현재 가치는 전날 종가 기준 70억원으로 평가익은 55억원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나노팀과 마녀공장 투자로도 각각 40억원, 155억원의 평가익을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브젠과 나노팀의 의무 인수 물량의 경우 이미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 인수 물량은 상장 주관사에 부여되는 물량이다. 의무 인수 물량은 상장일로부터 3개월간 보유한 뒤 3개월 안에 매도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의 의무 인수 물량 매도 시점은 오브젠의 경우 올해 5월 이후, 나노팀은 6월 이후로 추정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브젠과 나노팀 주식을 각각 2만3279주(4억1902만원), 6만15000주(7억725만원) 상장 주관 의무로 인수한 바 있다.

의무 인수 물량 외의 주식도 일부 팔았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오브젠과 나노팀 일부 투자 물량은 이미 보호예수가 해제됐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오브젠 투자 물량(13만5000주) 중 11만2000주는 지난 4월 30일부터 매도가 가능했다. 나노젠 투자 물량(63만9609주) 중 24만9371주도 지난 4월 21일 보호예수가 풀렸다. 마녀공장 투자 물량의 경우 올해 말까지 보호예수로 묶였다.

보호예수란 대주주 등 기관 투자자 해당 기업 지분을 일정 기간 매각하지 못하게 묶어둬 주가 하락을 막는 제도를 말한다.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전 투자로 이익을 낸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이해 상충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과정에서 적정 기업 가치를 평가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는 주관사가 자사 투자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릇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기업공개(IPO) 팀의 상장 전 지분투자가 다른 증권사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라며 “증권사 입장에선 지분 투자와 상장까지 한 번에 마치는 편이 수익 관점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발행사의 관점이고 아무래도 자기 돈이 들어가 있다 보니 증권사 입장에선 공모가를 과하게 설정할 유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투증권은 2020년 9월 선박 기자재 회사 파나시아를 셀프 상장하면서 공모가를 투자 단가의 3배 넘게 책정했다가 수요예측 참패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교보증권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교보증권은 올해 토마토시스템 상장 과정에서 공모가 밴드를 지나치게 높였다가 공모가가 희망 범위 최하단으로 확정됐다. 현재 토마토시스템은 공모가를 한참 하회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상장 주관사의 사전 투자는 지분을 5% 이하로 보유하고 있다면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는 없다. 또 5% 이상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발행회사 주식이 없는 금융투자회사와 공동으로 주관 업무를 수행하면 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공모가 과열 논란의 배후로 증권사의 사전 투자를 지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공모주 열풍이 다소 꺾인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 같은 의심이 더 커지고 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주관사가 투자한 기업이 상장하는 데에는 그만큼 해당 기업에 확신이 있었다는 것을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은 고평가로 셀프 상장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어 사전 투자의 유불리를 단정 짓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제도 내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있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모험 자본의 활성화 차원에서 금융당국에서도 권장하는 방향”이라며 “‘셀프 상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색안경이 씌워진 단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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