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 흥행에 MBS 매달 3兆 발행… 대출금리 상승 이어지나
지난달 MBS 발행 3조524억원
MBS 발행 증가 채권시장 유동성 흡수 우려
채권금리 상승→대출금리 상승 이어질 수도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특례보금자리론’ 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늘리면서 채권시장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레고랜드발(發) 신용경색 사태 이후 채권시장의 소화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금공이 MBS를 확대하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MBS가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 다른 채권의 금리 인상 요인이 돼 전반적인 자금 조달 시장에 부담이 되는 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적고 시장에서 한전채와 은행채 등 우량물의 발행이 줄고 있어 우려만큼 MBS 발행 확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8일 조선비즈가 정무위원회 오기형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주금공의 MBS 월별 발행 금액 자료에 따르면 주금공은 지난달 3조524억원의 MBS를 발행했다. 발행 가중평균금리는 4.50%다.
MBS는 주금공이 주택저당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이다. 주금공은 올해 39조6000억원 규모의 정책 대출 사업인 특례보금자리론 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MBS를 발행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 구매자에게 최저 3%대 후반의 고정금리로 소득에 관계없이 최대 5억원을 대출해 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올해 상반기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금액은 28조2000억원으로, 전체 공급액의 71.21%가 소진됐다.
주금공은 지난해 10월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에 MBS 신규 발행을 멈췄다. 이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MBS 발행 금액은 매월 1조원을 밑돌았다.
그러나 주금공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본격적으로 MBS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5조1699억원의 MBS를 4.12%의 금리로 발행했다. 이는 집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2020년, 2021년에 기록한 연중 최고 발행금액인 5조19억원, 5조236억원보다 많다. MBS 발행금액은 4월 2조6198억원을 기록한 뒤 5월 3조1472억원, 6월 3조6960억원으로 계속 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애초 특례보금자리론의 대출금리가 민간 금리보다 높아 하반기 특례보금자리론의 수요가 줄어들며 MBS 발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다시 은행 대출금리 상단이 7%대를 찍는 등 대출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수요 감소로 MBS 발행이 줄 것이라고 보는 근거가 약해진 셈이다.
MBS 발행 증가는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 지난해 한전채처럼 MBS가 시장의 자금을 모두 흡수해버리면 은행채를 비롯한 회사채 등을 통한 조달 금리가 올라가는 등 자금조달 시장의 부담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한 전반적인 대출금리가 연쇄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은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의 인기에도 추가 공급을 꺼리는 이유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항상 우려하는 것은 특례보금자리론 규모가 늘어나면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라면서 “채권시장에서 MBS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도 연결된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 한전채가 3조원씩 채권 물량을 찍어내던 당시와 다른 시장 환경으로 MBS의 시장 교란 가능성이 크진 않다는 의견도 동시에 나온다. 현재 채권시장은 한전채, 은행채 등 우량물의 발행이 줄어들고 있어 수급 부담이 크지 않고, 은행이 MBS 물량을 매입하며 시장의 물량 부담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의 부담이 예상보다 크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추가경정 예산 편성 가능성이 크지 않고, 추경이 불가피해도 규모가 시장에서 감당할 수 있다는 점도 MBS가 시장에 크게 부담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MBS 발행은 은행채와 ‘시소게임’과 같은 구조로 은행이 6~7월 들어 은행채 발행이 좀 줄었고, 공사채 중 한전채 발행이 많이 줄고 있다”라며 “MBS의 물량이 느는 건 맞지만, 다른 채권과의 균형과 은행권의 MBS 매입 등을 따져보면 엄청난 불안 요인이 생길 가능성은 적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채도 추경을 안 하고 있어 공급 부담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라고 했다.
주금공이 해외 채권시장으로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시장의 부담을 덜고 있다. 주금공은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담보부채권인 해외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방안은 해외에서 조달한 외화자금을 국내 통화스와프(CRS) 시장에서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채권시장의 구축효과를 내게 된다는 측면에서는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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