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비상장 주식 1년 만에 ‘반토막’… 美 증시 상장도 불투명

진상훈 기자 2023. 8.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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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침체에 NFT·블록체인도 거품 꺼져
기업 가치 하락에 뉴욕 증시 입성도 힘들어
그래픽=손민균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기업 가치가 속절 없이 추락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거래 수수료 수익이 급감한 데다, 추진했던 신사업도 대부분 성과를 내지 못해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호황을 보이던 시기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나무가 머지않은 시기에 뉴욕 증시에 상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두나무 역시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진 않았지만, 증시 입성 계획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두나무의 뉴욕 증시 상장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 두나무 비상장 주식 가치, 1년 만에 60% 넘게 하락

8일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전날 두나무 주식은 8만4000원에 거래됐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8일 거래 가격인 21만2000원과 비교해 60.4%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15조원에 근접했던 시가총액도 이날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2조9525억원까지 떨어졌다.

두나무의 기업 가치가 최근 크게 떨어진 것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 때문이다. 두나무를 비롯해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대부분의 수익을 코인 거래 수수료로 얻는데, 2년째 시장이 침체하면서 거래량이 줄어 수수료 수익이 급감한 것이다.

두나무의 경우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은 1308억원으로 전년 대비 94.1% 줄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지만, 이는 보유 중인 코인의 가치가 올랐기 때문으로 사업 실적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두나무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6%, 26.3% 감소했다.

코인뿐 아니라 대체불가토큰(NFT)과 메타버스 등 가상세계 또는 가상자산과 연관된 산업도 동반 침체를 겪고 있다. 블록체인 정보 분석업체인 댑레이더에 따르면 전 세계 NFT 시장의 전체 시총은 지난해 2월 191억달러였지만,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등을 거치면서 지난달에는 57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실제로 두나무가 블록체인, NFT 사업 등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들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핀테크,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지난해 584억원의 손실을 냈고,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람다256도 4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22'에서 영상을 통해 발언하는 모습. /두나무 제공

◇ 美 증시 상장도 불투명…SEC, 코인 규제 강화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두나무의 뉴욕 증시 상장설이 줄곧 제기돼 왔다. 두나무 역시 상장설이 나올 때마다 당장 실무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지 않지만, 시기가 무르익으면 증시 입성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지난 2021년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여러 투자은행, 회계법인과 만남은 가졌다”면서 “회사와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언젠가는 상장을 하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나무가 국내가 아닌 뉴욕 증시 입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던 것은 한국보다 미국에서 기업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전 세계에서 거래가 되는 가상자산의 특성상 굳이 국내 증시 상장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지난 2021년 한창 나스닥 상장설이 돌 때는 일각에서 “두나무가 뉴욕 증시에 입성할 경우 시총이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 가치가 1년 만에 ‘반토막’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서 두나무의 뉴욕 증시 입성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코인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NFT와 메타버스 등 연관 산업도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에 상장을 통해 자금력을 확충할 필요성도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자산업계에 대해 계속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SEC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제외한 여러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의 통칭)에 대해 증권성 토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올해 들어 바이낸스 등 대형 거래소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제소하기도 했다. 두나무가 뉴욕 증시에 입성할 경우 역시 미국 금융 당국의 규제를 신경 써야 할 수밖에 없다.

앞서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가가 최근 크게 하락한 점도 두나무의 증시 입성이 불투명해진 이유로 꼽힌다. 코인베이스는 지난 2021년 4월 나스닥에 상장된 후 같은 해 11월 주가가 34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지난 4일 주가는 87.31달러까지 떨어졌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이미 코인 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실적을 개선할 만한 확실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두나무의 뉴욕 증시 상장은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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