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칼럼]한미 통화스왑으로 경제안보 강화해야?
외환 부족사태 발생 가능성 낮지만
글로벌 경제 급변 복합리스크 우려
2년전 종료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외환 안정망' 튼튼하게 구축해야
12년 만에 한일 간 셔틀외교가 재개되고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4년 만에 완전히 해소되면서 양국 경제 단체 간 산업 협력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몇 달 새 한일경제인회의·한일상공회의소회장단회의·한일산업협력포럼 등 양국 경제인 간 교류·협력 행사가 잇따라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양국 간 신뢰가 회복돼야 하고 더 이상 정치 경색이 경제 교류를 막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7년 만에 개최된 한일재무장관회의는 양국 간 금융 협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3월 한일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추진해온 안보·산업 분야 협력이 금융 분야로 확대된 것이다.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재무장관회의에서 양국은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복원과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에 합의했다. 통화스와프 복원과 엔화 외평채의 사상 첫 발행은 우리나라 외화 유동성 안정망 강화 및 양국 간 상호 금융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갈등을 빚던 2015년 일본은 한일 통화스와프 약정을 연장하지 않았다. 2016년 우리나라가 통화스와프 재개를 요청했으나 일본은 응하지 않았다. 2018년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일본 전범 기업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은 우리나라와의 공식 교류 및 경제협력을 사실상 차단했다. 이어 2019년 7월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우리나라는 42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어 외환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복합 리스크가 터지는 경우 외환 유출이 예상을 초과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다양한 형태의 유동성 공급 안전판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이전 한일 통화스와프와 달리 이번 통화스와프는 엔화가 아닌 전액 달러화 기반이어서 비상시 보험 혜택이 클 것이다.
글로벌 경기 악화와 세계 주요국의 수입 수요 부진으로 우리나라는 15개월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올해 들어 월간 경상수지 적자까지 겹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한동안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올해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겼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현재의 2.0%포인트에서 더 커지면 저금리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
기축통화 국가가 아닌 한 개방경제 체제 하에서 외환위기는 어느 국가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순식간에 지역적으로 확산되고는 한다. 이에 많은 국가들은 통화스와프 약정을 체결해 비상시 마이너스 외환통장을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기업에 대출해주려는 은행을 찾기 어렵듯이, 특정 국가의 외환 부족 사태 발생 때 선뜻 외화를 지원하는 국가는 없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2000년부터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위기 시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10년 후인 2010년에야 1200억 달러 규모의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통화스와프 약정을 발효시킬 수 있었다. 이후 CMI 스와프는 수차례 개정됐고 회원국 전체의 약정액은 2435억 달러(우리나라 인출 가능액 384억 달러)로 늘어났다.
외환보유액은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이 늘어난다. 대신 많은 국가와 통화스와프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면 외환보유액을 줄이면서 튼튼한 외환 안정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양국 간 관계 정상화가 이뤄졌기에 가능했다. 일국의 경제안보 수준은 외교 역량과 직결된다. 100억 달러 통화스와프는 시작이고 앞으로 경제안보 차원에서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를 늘려야 한다. 한일 간에 훈풍이 불었던 2011년 통화스와프 규모는 700억 달러였다. 또 2년 전 종료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한미 통화스와프 자체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대단했다. 경제안보 강화를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약정 체결 낭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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