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표 ‘노후 지역’ 영등포… ‘원조 강남’ 타이틀 회복 재시동
공동주택 999가구, 오피스텔 477실 등 들어설 예정
”포화상태인 여의도 부담 덜어줄 수 있어… 용적률 갈등도 적을 것”
서울시 내 대표 슬럼가·쪽방촌 지역이자, 마지막 남은 성매매 집결지가 있는 영등포구 영등포역세권이 환골탈태를 위한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었다. 지난 2011년 처음으로 개발 계획이 나온 이후 10년이 넘도록 사업 진행에 차질을 겪은 영등포가 이번에는 성공적인 변화를 이뤄낼 지 주목되고 있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영등포 도심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조합이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다. 조합은 지난 6월 15일 창립 총회를 개최한 지 채 2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정식으로 조합 설립에 성공했다.
영등포 역세권 재개발사업은 영등포의 랜드마크인 ‘타임스퀘어’ 인근 영등포동4가 431-6 일대 2만3094㎡를 재개발 하는 사업이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공동주택 999가구와 오피스텔 477실 등이 들어선다. 또 별도로 진행되는 쪽방촌 개발사업을 통해 119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이 2025년까지 공급될 예정이다.
과거 영등포구는 ‘강남 3구’ 혹은 ‘3대 도심’으로 불릴 정도로 서울의 핵심 지역 중 하나였다. 지하철 1호선을 통해 시청역 등 강북 도심지로의 이동이 용이했고,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등 대형 상업시설이 줄줄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영등포구에는 ‘서울 대표 낙후 지역’, ‘노후공장·홍등가 밀집 지역’ 등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영등포역과 신도림역 사이에는 노후화 된 공장과 쪽방촌이 혼재돼 있다. 흰색 형광등으로 장식된 타임스퀘어 뒤편으로 성매매 집결지에서 나오는 붉은색 조명이 대조적인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영등포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준공 30년 이상인 노후 아파트 비중 1위(30%)에 올라 있다.
영등포구의 첫 재개발 시도는 12년 전인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등포역 역세권 지역을 상업·업무 시설이 있는 초고층 복합단지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토지 소유 등의 문제로 평행선을 달리다 조합 설립조차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지난 2017년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도심재생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 나왔고, 2021년에 ‘영등포 도심역세권 재개발 정비계획’이 결정 고시됐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도 통과해 12년간 지지부진했던 재개발 사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영등포구청도 재개발·재건축 전담 부서를 운영하거나, 상담센터를 마련하는 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영등포 역세권 일대가 환골탈태를 준비하자, 일대 주거시설들의 가격도 덩달아 상승세다. 지난 3월 8억1700만원에 체결된 영등포 푸르지오 59㎡타입이 3개월 만에 1억원 이상 오른 9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3개월간 영등포구에서 외지인이 매매한 건수는 148건으로, 전체 578건 중 25.6%를 차지하기도 했다.
분양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분양한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98가구 모집에 1만9478개의 청약통장이 몰려 평균 청약 경쟁률 198.76대 1을 기록하며, 상반기에 전국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은 단지에 이름을 올렸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60대 김모씨는 “영등포·신도림역 인근 아파트는 입지적 장점이 있지만, 쪽방촌·노후공장·홍등가 등으로 비교적 빛을 보지 못했다”며 “최근 구청이 영등포역 역세권 재개발사업 추진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치면서, 투자 문의를 하는 외지인이 많이 늘어나는 등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영등포역 역세권이 재개발 된다면 포화 상태인 여의도의 부담을 한 층 덜어줄 수 있다. 또한 재개발을 통해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면 주거지역이 부족한 영등포구의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영등포의 상업·업무지구는 용적률 700%, 준주거·준공업 지역은 각각 400%, 500%기 때문에 타 지역에 비해 용적률로 인한 갈등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등가·쪽방촌 재개발은 토지 소유 등의 문제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간 청량리·용산 재개발 사업을 통해 노하우가 쌓인 만큼 시공사 선정만 무사히 끝낸다면 무난히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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