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이 자신하는 KIA 불펜의 힘… 이제 키는 김기훈-장현식이 쥐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임기영(30)은 올 시즌 KIA의 ‘팀 스피릿’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힘든 일정 속에서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하게 마운드에 올라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잦은 등판에 등판 시점도 일정하지 않지만, 임기영은 “나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 다들 고생하고 있다”면서 동료들의 헌신도 알아달라고 강조한다.
임기영은 시즌 41경기에서 59이닝을 던지며 1승1패2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2.44라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KIA 코칭스태프가 가장 믿고 신뢰하며 뽑아 쓸 수 있는 전가의 보도다. 많은 이닝 소화 탓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임기영은 “오히려 많이 쉬면 안 좋은 스타일”이라고 고개를 젓는다. 임기영은 “체력 관리를 잘하려고 하고 있다. 잘 먹고, 체력이 안 떨어지게끔 웨이트나 러닝 등 트레이너 코치님들이 스케줄 주는 것을 다 소화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걱정과 달리 임기영은 더 많은 이닝 소화를 원하고 있다. 임기영은 “시즌 초부터 생각했던 게 중간에서 100이닝을 던져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고 했다. 이유는 자신이 그렇게 던지면 팀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리고 동료들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임기영은 “서로 믿고 던지는 것 같다. 내가 올라와서 주자를 깔고 내려가도 뒤에 투수들이 워낙 좋아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서로 그런 생각이 있으니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동료들에 대한 든든한 신뢰를 드러냈다.
KIA 불펜은 시즌 전부터 양질 모두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지난해 필승조에 올해 기대할 만한 자원들이 더러 합류한 까닭이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온 임기영도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자원 중 하나고, 실제 대활약을 펼치며 KIA 불펜을 위기 상황에서 지탱했다.
다만 잦은 등판에 많은 선수들이 나가다보니 근래 들어 힘든 상황이 있는 건 사실이다. 또한 KIA는 10개 구단 중 현재 가장 적은 경기를 치렀다. 돌려 말하면 앞으로 가장 많은 경기가 남았다는 것이다. 불펜 투수들의 체력을 적절하게 관리하며 가지 않는 이상 시즌 막판에는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주목을 받는 선수가 좌완 김기훈과 우완 장현식이다.
사실 KIA 불펜 투수들이 자주 등판하는 건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1이닝 혹은 그 이상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마땅치 않다는 KIA 코칭스태프의 판단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닝을 쪼개고, 많은 투수들이 투입되고, 자연히 많은 투수들이 연투에 걸리고 체력을 소모한다. 투구 수가 적더라도 등판 자체, 심지어 불펜에서 몸을 푼 것도 다 피로도에 포함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적게 던진 선수들이 바로 김기훈과 장현식이다. 두 선수 모두 상대 유형과 관계없이 1이닝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올해 필승조 요원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이유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저조한 성적 속에 시즌 반환점을 돌았다. 김기훈은 시즌 2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21로 표면적인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28이닝에서 무려 32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신뢰가 떨어졌다. 장현식도 3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34,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1.72로 한창 좋을 때보다는 성적이 떨어졌다.
불펜에서 꽤 큰 고리였던 두 선수가 부진에 빠지니, 자연히 다른 선수들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좌완 중에서는 최지민, 우완 중에서는 임기영의 전반기 이닝 소화가 많았던 것도 이와 아예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그 고리는 두 선수가 스스로 끊어야 한다. 최근 상대적으로 등판이 뜸했던 만큼 체력은 조금 더 비축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두 선수가 전면으로 나서야 KIA 불펜이 한숨을 돌릴 수 있다.
김종국 KIA 감독은 김기훈의 문제점을 자신감이라고 진단한다. 성실하게 준비를 참 많이 하는데 자신감이 부족하니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아지고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조금 더 마운드에서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해줬으면 한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니까 본인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불펜 피칭이나 토스를 할 때 생각이 많은 부분이 없지 않는 것 같다. 마운드에서 조금 더 간결한 모습을 보여주면 훨씬 더 결과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응원했다.
장현식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시즌 전 받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이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김 감독은 “수술 후 시즌을 준비하는 것과 하지 않고 평상시 루틴대로 캠프부터 준비했던 것과 조금 다르다. 캠프도 잘 소화를 못했고 투구도 적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부상 재발이 없다면 갈수록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마무리까지 했던 경험이 있는 선수다. 기본적인 능력만 찾으면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어려운 불펜 여건에서 두 선수의 더 많은 활용을 예고했고, 실제 지난 주말 한화와 3연전에서 그런 모습이 있었다. 다행히 결과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특히 김기훈이 그랬다. 4일 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연장 접전으로 흐른 까닭에 양쪽 모두 불펜이 쏟아져 나온 6일 경기에서는 2이닝 무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지친 KIA 불펜에 힘을 불어넣었다.
장현식 또한 5일 경기에서 중요한 상황에 나가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잡아주고 팀 승리의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지난 7월 12일 삼성전 이후, 그러니까 후반기 이후로는 첫 홀드였다. KIA 불펜이 지금의 나쁘지 않은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키는, 김기훈과 장현식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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