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와 무관한 테마주…'묻지마 급등'에 대주주는 팔았다

최성준 2023. 8.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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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 테마주 기업 초전도체와 연관성 없거나 적어
주가 급등에 대주주 주식 처분…CB 전환 청구권도 행사

전세계 최초로 상압·상온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초전도체를 국내에서 개발했다는 소식에 주식시장에서 일부 종목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초전도체가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초전도체 테마주로 불리는 종목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초전도체 테마주로 점찍은 기업의 대부분은 초전도체와 전혀 관련없는 기업이다. 일부 기업의 대주주는 주가가 급등하자 재빨리 지분을 처분하며 현금화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스포츠용 합성피혁 제조사도 초전도체 테마주?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남은 전날보다 14.85% 상승한 1만26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덕성, 서원, 신성델타테크, 파워로직스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해당 종목은 최근 시장에서 초전도체 테마주로 지목받으며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이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아래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물질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금속 물질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전기 저항이 줄어들다가 특정 온도에서 저항이 0이 된다. 해당 온도는 절대온도 4.2K(약 –269℃)로 상온에서 구현이 불가능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27일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 및 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가진 물질인 LK-99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초전도 물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에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학계가 관심을 가졌다.

LK-99의 사실 여부는 정확하게 판명되진 않았으나 주식시장은 재빠르게 반응했다. 일부 기업의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특히 초전도 선재 제조기업인 서남이 가장 먼저 주목받았다. 지난달 27일 3420원이던 서남은 지난 3일 1만980원으로 26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덕성(180%), 서원(83%), 신성델타테크(97%), 파워로직스(81%)도 주가가 급등했다.

이후 LK-99의 초전도성의 확인이 어렵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4일 주가는 소폭 하락했으나 다시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이다.

초전도체 테마주 주가 수익률 추이/그래픽=비즈워치

문제는 해당 기업들이 세계 최초의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물질인 LK-99와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서남은 초전도 선재를 제조하고 있으나 상온·상압이 아닌 절대온도 93K(-180℃)에서 초전도 현상이 발현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회사 측은 적극적으로 LK-99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알리고 나섰다.

서남은 홈페이지를 통해 "당사의 초전도 기술은 고온초전도선재를 만들고 응용하는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과는 어떠한 연구협력이나 사업 교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덕성은 합성피혁 전문생산 업체로 지난 2002년 월드컵 공인구인 '피버노바'의 원단을 공급하는 등 스포츠용품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서원은 동합금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비철금속 제조업체다. 상온·상압이 아니지만 초전도체를 다루는 서남과 다르게 두 회사는 초전도체 사업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신성델타테크는 생활가전 부품을 LG전자에 납품하는 회사다. 파워로직스는 2차전지 보호회로 및 중대형 배터리팩을 제조하는 회사다. 두 회사의 사업도 초전도체와 관련 없지만, 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지분을 보유한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에서 관련주로 묶였다.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은 지난 2014년 퀀텀에너지연구소에 5억원을 투자했으며 지난 3월말 기준 9.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성델타테크는 엘앤에스벤처캐피탈 지분 52.52%, 파워로직스는 11.51% 소유하고 있다.

주가 급등에 신난 대주주

초전도체 테마를 타고 급등한 기업의 일부 대주주는 지분 매각에 나서고 있다. 초전도체와 기업의 관련성이 없지만 수급 쏠림으로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남의 전환사채(CB)를 보유한 투자자는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지난 2021년 서남은 한국투자증권, 현대엘리베이터, 벤처캐피탈 등에 CB를 발행했다. 해당 CB로 인해 전환가능한 주식수는 209만301주이며, 전환가액은 2392원이다.

이후 초전도체 관련해 주가가 급등하자 지난 1일 50만1672주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으며, 지난 4일에도 58만5283주가 행사됐다. 전환 주식 108만6955주는 오는 23일 발행한다. 전환가액(2392원)과 현 주가와 괴리가 큰 만큼 발행 직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덕성은 최대주주의 친인척이 계속해서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장내매도로 지분을 꾸준히 줄여나가던 이 주주는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달 27일부터 매도 주식수를 늘리고 있다. 실제 지난달 27일 1만7923주, 28일 3만1500주, 31일 3600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달에도 2일 9000주, 4일 5만주, 7일 3600주를 팔아치웠다.

신성델타테크는 주요주주인 일본기업 고목델타화공(다카키 델타)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정리에 나섰다. 신성델타테크는 고목델타화공과 합작해 만든 회사로 고목델타화공이 지분 12.71%를 보유하고 있었다. 고목델타화공은 지난 2일 2만5600원에 5만주를 처분했다.

또한 신성델타테크 주주인 고목델타화공 회장 고목무남(다카키 타케오)씨는 지난달 31일 5만1630주를 1만5572원에 매도하며 모든 지분을 정리했다. 이밖에 고목춘자(다카키 하루코)씨는 지난 2일 5만주를 2만5600원에, 궁본청미(미야모토 아오미)씨와 고산청미(타카야마 아오미)씨는 지난달 31일 8487주, 8341주를 1만4000원대에 매도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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