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고 또 아프고..‘30대 유리몸’에 거액 투자한 양키스, 예견된 실패[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되는 듯하다. 양키스의 과감한 선택이 실패로 향해가고 있다.
뉴욕 양키스는 8월 7일(한국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홈경기에서 패했다. 양키스는 7-9 패배를 당했고 시즌 58승 54패, 승률 0.518을 기록했다. 여전히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7일까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승차가 12경기, 와일드카드 레이스 3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승차가 4.5경기로 포스트시즌 티켓이 쉽게 보이는 위치는 아니다.
양키스는 이날 한 경기 패배 이상의 충격을 경험했다. 바로 선발등판한 좌완 카를로스 로돈의 부상 때문이다. 로돈은 이날 2.2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고 3회를 다 마치지 못하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됐다.
로돈의 부상은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로돈 쇼크'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겨울 일각에서 우려하던 일이 점점 눈앞에 들이닥치고 있다.
양키스는 지난 오프시즌 1992년생 로돈과 6년 1억6,200만 달러 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로돈은 지난 오프시즌 선발 FA 시장의 최대어였고 시장 가격은 높게 형성됐다. 로돈의 에이전트는 악명 높은 스캇 보라스. 보라스는 로돈이 7년 2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홍보했다. 로돈은 2021-2022시즌 2년 동안 55경기 310.2이닝, 27승 13패, 평균자책점 2.67, 422탈삼진의 뛰어난 성적을 썼다.
굉장한 최근 성적과 함께 FA 시장에 나왔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위험 투성이'라는 것을 알기는 어렵지 않았다. 로돈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과보다 우려와 실망을 더욱 많이 남긴 선수였다.
로돈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 대학 신인으로 참가해 1라운드 전체 3순위(CWS) 지명을 받았다. 시속 100마일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다. 대학 신인으로 빠르게 빅리그 전력이 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로돈은 실제로 2015년 지명 1년만에 빅리그 마운드를 밟았고 데뷔시즌 26경기 139.1이닝, 9승 6패,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신인왕을 노릴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기대감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을 탔다. 2년차 시즌에 28경기 164이닝, 9승 10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하며 데뷔 첫 규정이닝을 소화했지만 이후 부상에 시달렸다. 손목, 이두근, 어깨, 팔꿈치 등 다양한 부위에 다양한 부상을 당했다. 2017년 69.1이닝 소화에 그친 로돈은 2018년 120.2이닝을 투구했지만 2019년에는 34.2이닝, 2020년 단축시즌에는 빅리그에서 단 7.2이닝을 투구하는데 그쳤다.
데뷔시즌 이후 매년 부상자 명단에 오른 로돈은 데뷔 첫 6시즌 동안 빅리그에서 97경기 536.2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단축시즌을 감안한다고 해도 선발투수임에도 연평균 투구 이닝이 겨우 100이닝 전후였다. 당연히 선발로는 '낙제점'인 투수였다. 긴 기다림에 지친 화이트삭스는 2020시즌 종료 후 로돈을 논텐더 방출했다.
논텐더 방출의 '충격 요법'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2021시즌 다시 화이트삭스와 계약한 로돈은 24경기에서 13승 5패,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성적을 썼고 그 해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그리고 2022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31경기 14승 8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해 2년 연속 올스타 선정, 2년 연속 사이영상 투표 TOP 6 진입 쾌거를 이뤘다. 로돈의 '인생 역전' 발판이 마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안 요소가 있었다. 2021시즌 로돈은 어깨 문제를 겪으며 132.2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2022시즌에는 데뷔시즌 이후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았지만 '이닝 이터'라 부르기는 어려운 수준의 178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그리고 2022시즌 종료 후 30세 생일을 맞이했다.
최근 2년의 상승세는 분명 대단했지만 냉정히 바라볼 때 로돈은 '수많은 부상 경력을 가진, 메이저리그 8년 커리어 동안 규정이닝을 단 두 번 밖에 소화하지 못한 30대 선발투수'였다. 당연히 보라스의 '7년 2억1,000만 달러 이상' 요구를 받아들이는 구단은 없었다. 2022시즌 로돈과 함께했던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뉴욕 메츠 등이 모두 로돈 영입전에서 철수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찾지 못한 구단이 있었다. 바로 양키스였다. 양키스는 보라스의 터무니없는 '7년 2억1,000만 달러'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커리어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6년 1억6,200만 달러 계약을 로돈에게 안겼다. 옵션 등 '안전장치'도 없었다.
양키스의 선택에도 이유는 있었다. 양키스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상징하는 최고의 명문 구단임에도 2009년 마지막 우승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월드시리즈 무대에도 오르지 못하며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상태였다. 그리고 애런 저지를 9년 3억6,000만 달러 '역대급' 계약으로 잔류시키는데 성공하며 '반드시 우승을 차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악의 제국' 시대와 결별을 선언한 뒤 우승과도 멀어진 양키스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다시 한 번 지갑을 과감히 열었다.
그리고 결과는 우려대로 참담했다. 로돈은 '이제 인생 역전을 이뤘으니 마음편히 눕겠다'는 듯이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부상을 당했다. 시범경기에서 단 2이닝을 소화한 뒤 팔뚝 부상을 당한 로돈은 긴 요양기간을 보내고 전반기 종료 직전에야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양키스 팀 데뷔전을 치렀다.
그래도 '건강만 하다면 성적은 보장된'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였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아니었다. 로돈은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이날 경기 포함 6차례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단 한 번도 6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7월 27일 메츠를 상대로 5.2이닝 1실점을 기록한 것이 시즌 하이 성적. 그리고 그 경기가 로돈이 등판해 양키스가 승리를 거둔 유일한 경기였다.
로돈은 올시즌 6번의 등판에서 27이닝을 투구하며 1승 4패, 평균자책점 7.33을 기록했다. 경기당 투구 이닝은 겨우 4이닝을 넘기는 수준이었다. 지난 2년은 커녕 데뷔 첫 6시즌 퍼포먼스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 '리그 하위권의 평균을 한참 밑도는 선발투수'에 불과했다. 그런 투수에게 양키스는 6년 1억6,200만 달러 계약을 안겼다.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였던 것은 확실하지만 부상 경력과 커리어, 나이를 감안할 때 로돈과의 장기 계약은 성공보다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마음이 급했던 양키스는 냉정함을 잃고 '악성 계약'을 스스로 떠안고 말았다.
다행인 것은 아직은 구속에 문제는 없다는 것. 하지만 컨트롤과 커맨드를 모두 잃은 로돈이 당장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로돈은 하이 패스트볼과 낮은 슬라이더의 조합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 하지만 올시즌에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예년처럼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리그 평균보다 볼넷을 조금 더 내주는 수준이었던 제구력은 올시즌에는 리그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로돈은 올시즌이 종료되면 31세가 된다. 양키스는 로돈을 35세 시즌까지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다. 30대에 접어든 선수는 신체 나이가 하락해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이 스포츠계에 널리 퍼진 에이징 커브 이론. 나이를 거스르는 대단한 선수들도 물론 존재하지만 커리어와 부상 경력을 감안할 때 로돈이 그런 '아웃라이어'가 될 것 같아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겨울 '소비액'으로 가장 주목받은 팀은 무려 팀 페이롤이 3억6,000만 달러 이상이었던 메츠지만 양키스 역시 저지와 로돈 두 선수에게만 5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투자했다. 그리고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이 쉽지 않은 위치에 머물고 있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양키스가 올해 핀 스트라이프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보인다. 과연 이제 시작된 로돈과 양키스의 동행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흐를지 주목된다.(자료사진=카를로스 로돈)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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