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이어 이번엔 잼버리 후폭풍…이용만 당하고 희생만 강요당하는 축구계[SS포커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자발적 협조와 일방적인 희생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1 25라운드 경기가 열린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서포터는 ‘잼버리도 망치고 전북도 망치고’, ‘관영씨! 협조? 협박으로 조짐’, ‘죽은 잼버리에 쫓겨나는 축구’ 등 다소 공격적인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기 도중에는 김관영 전북도지사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김관영 꺼져”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유 있는 항의였다.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과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6일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기됐던 잼버리 K팝 공연을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라고 밝혔다. 김 도지사는 “K팝 공연을 전후해 전북 현대 축구단 홈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구단 측이) 다른 구장으로 옮겨 경기를 치르기로 한 데 감사드린다”라며 전북 구단이 협조한 것처럼 발언했지만, 사실관계는 다르다. 이날 전북 관계자는 “구단에서도 오늘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아무런 협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인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9일 FA컵 준결승전, 12일 K리그1 26라운드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없게 됐다. 전북, 그리고 이 경기장에서 뛰기로 한 인천, 수원 삼성과는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은 채로 통보하면서 K리그는 대혼란에 빠졌다. 당장 FA컵 준결승전 개최 장소, 시기 등을 놓고 대한축구협회와 전북, 인천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삼자가 만족하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협회는 7일 대회 연기 공문을 양 구단에 발송했다.

인천은 대회 연기를 명확하게 반대했다. 29일이나 30일로 이 경기를 연기할 경우 인천은 한여름에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인천은 22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치른 뒤 25일 수원FC와 K리그1 원정 경기를 갖는다. 주중 FA컵이 끼어들면 9월2일 포항 스틸러스전까지 약 10일간 무려 4경기에 나서야 한다. ‘잼버리 나비효과’가 인천의 1년 농사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촌극이다. K리그를 혼돈에 빠뜨렸던 이 결정은 불과 하루 만에 번복됐다. 전주가 태풍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을 고려해 콘서트 장소를 수도권으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태풍 예보는 이미 있었는데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정부, 지자체는 이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열기로 했다. 뒤늦게 태풍을 우려해 장소를 급하게 바꾸는 졸속 행정으로 일관한 셈이다.

잼버리 사태로 인해 국가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축구계도 요청에 협조할 여지는 있다. 축구, 스포츠도 결국 사회의 일부인 만큼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방식이다.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는 축구계를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 결정으로 민폐를 끼치고 있다. 순리에 맞지 않는 ‘찍어누르기식’ 억지로 일관하는 태도는 아무리 지적해도 변하지 않는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산 아이파크는 지난 5월 기후산업국제박람회의 폐막식을 겸한 K팝 축제 ‘드림콘서트’, 6월 A매치를 위한 경기장 보수로 인해 안방인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내줬다. 이달 3일에는 파리생제르맹(PSG) 방한 경기로 인해 홈구장을 빼앗겼다. 당시 부산시는 구단에 제대로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K리그는 올해 평균 1만 관중을 유지하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여전히 파급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굴지의 대기업도 정부의 눈치를 보는 마당에 협회나 연맹이 당당하게 축구계를 보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나마 대기업은 정부와 이권과 규제 완화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축구계는 그런 것도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무례한 태도는 이미 150만명을 훌쩍 넘은 K리그 관중을 무시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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