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얼마나 답답하겠나” 115억 안겼는데 역대급 커리어 로우, 2018년 MVP 언제 깨어날까
[OSEN=이후광 기자] 4년 115억 원의 초대형 FA 계약 첫해 타율 2할4푼8리에 홈런을 23개밖에 못 치더니 2년차를 맞아 이보다 더 심각한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내고 있다. 두산 4번타자 김재환(35)의 방망이는 언제 깨어날까.
지난 6일 잠실 KT전은 김재환이 폭염을 뚫고 경기장을 찾은 두산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경기였다. 이승엽 감독의 배려 아래 4~5일 이틀 동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돼 재정비 시간을 가진 뒤 3경기 만에 선발 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다. 4번타자가 무기력하게 물러난 두산은 1-3 석패를 당하며 KT와의 3위 쟁탈전을 1승 2패 루징시리즈로 마감했다.
KT 에이스 고영표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른 두산 타자들도 고영표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김재환의 부진이 유독 도드라졌다. 4번타자라는 위치에 거는 기대가 크기 마련이고, 부진하면 그만큼 실망도 크다. 김재환이라는 이름값에 전혀 걸맞지 않은 스윙이 여러 차례 나왔다.
삼진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1회 2사 1루서 고영표의 체인지업에 3구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4회에는 선두로 나서 3루수 파울플라이에 그쳤고, 6회 1사 2루 득점권 찬스를 맞이했지만 1루수 땅볼로 2루주자 호세 로하스를 3루로 보내는 데 그쳤다. 그리고 8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박영현 상대 우익수 파울플라이를 치며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 김재환의 시즌 타율은 2할3푼에서 2할2푼7리로 떨어졌다. 최근 5경기 연속 무안타다.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2018년 홈런 44방을 치며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거포는 어디로 간 것일까.
두산 왕조의 4번타자였던 김재환은 2021시즌을 마치고 원소속팀 두산과 4년 총액 115억 원 대형 FA 계약에 골인했다. 김재환은 2016년 두산 4번타자 도약 이래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6시즌 동안 188홈런을 쳤다. 그러나 계약 첫해 128경기 타율 2할4푼8리 23홈런 72타점 OPS .800의 부진을 겪으며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동시에 저버렸다. 4번타자가 제 몫을 하지 못한 두산은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었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작년 10월 사령탑 부임과 함께 김재환 부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선수와의 면담을 통해 부진 요인을 분석했고, 언론과 선수단에 연일 김재환을 향한 신뢰를 드러내며 선수 기 살리기에 나섰다. 2018년 MVP 수상을 도운 고토 고지 타격코치도 돌아와 호주 스프링캠프서 김재환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김재환 또한 절치부심을 외치며 본진보다 먼저 시드니로 향해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했다.
기대와 달리 김재환의 전반기는 또 실망의 연속이었다. 76경기 타율 2할4푼4리 7홈런 29타점 OPS .737로 또 4번타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개막전에서 홈런을 칠 때만 해도 부활 조짐이 보였지만 4월 월간 타율 2할7푼1리, 5월 2할3푼9리, 6월 2할5푼에 이어 7월 1할7푼2리로 페이스가 계속 떨어졌다. 6월 중순부터 아예 4번 자리를 내줬고, 2번, 3번, 5번 등 타순을 이동해가며 반등을 노렸다. 물론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전반기 결산 인터뷰에서 잠실 거포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 감독은 “김재환이 타석에서 2018년 MVP급 활약을 다시 펼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라며 “본인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스윙을 할 수 있도록 타격코치들이 노력할 것이다. 나는 묵묵히 기다릴 것이다. 김재환 없는 두산 타선은 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반기 두산 타선은 김재환의 존재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11경기 타율 1할3푼9리 1홈런 4타점으로 타격감이 더욱 떨어졌기 때문. 8월로 기간을 한정지으면 타율이 5푼6리에 머물러 있다. 19타석을 소화하면서 안타를 단 1개밖에 치지 못했다.
시즌 타율이 어느덧 2할2푼7리까지 떨어진 김재환이다. 지금 추세라면 2023시즌이 역대급 커리어 로우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전 도약 이래 김재환의 한 시즌 최저 타율은 작년 2할4푼8리, 최소 홈런은 2019년 15개였다. 당시에는 매 년 연봉 계약으로 직전 시즌에 대한 평가라도 받았지, 지금은 115억 원이라는 거액과 함께 4년의 계약이 보장돼 있다.
그럼에도 사령탑의 신뢰는 여전히 굳건하다. 김재환은 여전히 이승엽호 플랜의 핵심 선수이며, 후반기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전반기에는 양의지라는 또 다른 해결사가 있었지만 양의지는 7일 병원 검진에서 옆구리 부위에 이상이 발견됐다. 김재환이 전반기처럼 계속 침묵할 경우 중심타선의 약화가 불가피하다.
이 감독은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이 김재환의 노력을 알고 있다. 원하는 만큼 성적이 안 나와서 가장 답답한 건 본인일 것이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충분히 도와줘야겠지만 힘들어하는 선수들 닦달한다고 해서 좋아질지는 모르겠다. 마음 편하게 뒤에서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라며 “(양)의지가 빠진 상황이다. 이제 김재환이 해줘야할 시점이 왔다. 잘할 것이다”라고 잠실 거포의 분발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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