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 울타리만으로 도둑을 막을 수 없다[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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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소를 잃었다.
수해를 겪은 뒤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비난한다.
이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침수 방지 대책과 아울러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일 것이다.
외양간 울타리를 높이는 것만으로 도둑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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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소를 잃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한 달 이상 지속됐던 장마 이야기다. 올해 장마 기간 전국에 쏟아진 비의 양은 예년 같은 기간의 두배를 훌쩍 넘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아프고 깊었다. 장맛비로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이 수십 명에 달하고 물적 피해는 파악조차 힘들 정도이다.
물난리를 겪고 나서 다양한 대책이 쏟아진다. 물그릇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30년에 한 번 오는 비에 대비할 수 있던 시설을 50년 또는 100년에 한 번 오는 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방재성능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해를 겪은 뒤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비난한다. 일견 장마철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과정으로 비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책은 매년 보완을 거듭해 왔다. 외양간 울타리가 매년 조금씩 높아지고 튼튼해진 셈이다. 안타까운 점은 매년 울타리를 높였음에도 도둑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울타리를 높이는 방법, 즉 물그릇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수해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물그릇을 키우는 구조적인 해법이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시적이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천문학적인 비용과 긴 공사기간을 전제해야 한다. 물그릇을 키우는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 갈등도 변수다. 갈등을 조정하고 예산을 확보해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침수 피해는 계속될 것이다.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질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기후변화 때문에 더 많은 비가 더 자주 올 것이라는 점이다. 구조적 방법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예·경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비구조적인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고 센서와 인터넷을 이용해 침수지역 등의 재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물그릇을 키우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침수를 막지는 못하지만 신속한 대피를 통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물그릇을 만들 수 없는 곳이나, 물그릇을 키우는 공사 기간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
예·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재난 정보 전달 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재난 정보 전달 기능은 재난 문자가 대표적이다.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도입됐지만 지역을 특정하지 않고 공지사항 수준의 문자를 남발하는 바람에 도입 취지는 퇴색해 버렸다. 재난 문자가 양치기 소년의 외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재난 문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송 내용은 긴급한 재난에 한정하고 수신자는 위험지역에 있는 시민으로 특정해야 한다. 재난 문자를 통한 상황전파와 스스로 대응이 어려운 약자를 위해서는 서울시의 주민간 협조체계인 '동행 파트너'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극한 강우와 돌발 홍수를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는 방재시설 확충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침수 방지 대책과 아울러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일 것이다. 외양간 울타리를 높이는 것만으로 도둑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종수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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