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흉기난동에 불편한 시선…"은둔형 외톨이, 정책으로 소외감 풀어야"

조현기 기자 문혜원 기자 2023. 8. 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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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과 신림역에서 흉기를 휘두른 조선, 그리고 서현역에서 난동을 부린 최원종까지 묻지마 범죄의 피의자들이 소극적 인간관계와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성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교육, 취업 등 삶의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막히는 상황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빠진 후 사회를 향한 심리적 갈등과 분노가 쌓이면 묻지마 범죄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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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품은 은둔형 외톨이 극단 폭력 발현 가능성"
"경찰 역할로는 한계…소외 해소할 정책적 접근을"
7일 오전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사고 현장에 숨진 A씨(60대·여)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문혜원 기자 = 과외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과 신림역에서 흉기를 휘두른 조선, 그리고 서현역에서 난동을 부린 최원종까지 묻지마 범죄의 피의자들이 소극적 인간관계와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성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유정은 사회적 유대가 없고 고교를 졸업한 뒤 직장을 다닌 적이 없으며 최원종은 중학교까지 공부를 잘했으나 정신질환과 원하는 고교 진학 실패 등이 겹쳐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립에 대한 불만이 사회를 향한 분노가 되고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묻지마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와 묻지마 범죄의 증가의 관계가 아예 없지는 않다"면서 "일본에서도 2000년대 들어 경기가 나빠지고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며 히키코모리가 늘고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와 최근의 흉기난동 사이에 관련이 있다"면서 "은둔형 외톨이라도 자신의 처지에 불만을 갖고 있으면 폭력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교육, 취업 등 삶의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막히는 상황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빠진 후 사회를 향한 심리적 갈등과 분노가 쌓이면 묻지마 범죄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청년재단 제공) ⓒ 뉴스1

이 교수의 진단처럼 은둔형 외톨이는 삶에서 겪은 좌절로 사회와 단절하고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법인 청년재단이 6월 7~15일 은둔·고립 경험이 있는 만 19~39세 청년 393명 대상으로 재고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첫 은둔·고립의 계기로 '취업 어려움 및 실직'을 꼽은 응답자가 153명(38.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간관계 맺기의 어려움(14.2%) △가족 불화(14.0%) △사회적 압박(10.2%) △가정 경제 위기(8.1%) △폭력(7.9%) △학업 어려움(4.8%)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묻지마 범죄자를 빠르게 검거하겠다는 형사정책적 접근을 지양하고 사회정책 차원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호 교수는 "이런 범죄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면서 "그렇다면 범죄 동기가 있을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사회정책적 접근으로 좌절, 박탈감, 소외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교수는 "불평등 속에 은둔형 외톨이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리게 해선 안 된다"며 "사회와 국가가 이들을 받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의 마음을 진단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단기적으로라도 이들의 마음을 읽고 분노를 이해줄 수 있는 심리상담기관이 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청년재단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은둔형 외톨이 청년 10명 중 3명꼴로 지자체의 마음건강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등 심리상담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은둔·고립 상태를 벗어났다 다시 재고립을 택한 응답자(231명) 가운데 66명(28.6%)은 '재고립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자원' 1순위로 정신건강 관리를 꼽으면서 지속적인 심리 치료 상담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대구공항에 대한 '폭탄테러'와 공항 이용객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한 가운데 7일 오후 경찰특공대가 공항 내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2023.8.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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