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관 이메일 해킹한 中 해커들, 3년전 일본 안보망도 해킹했었다

WP 보도 “日 현대사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힌 해킹 사건”
2020년 中 인민해방군 日 시스템 침입해 군사 기밀 열람
美 군장성·NSC 관계자 일본 방문해 위험 알려

중국 정부 소속 해커들이 지난 2020년 일본의 안보 시스템을 침입해 일본의 군사 역량 및 계획 등의 자료를 열람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전에 외부에 공개된 바 없는 당시 사건은 일본 현대사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힌 해킹사건 중 하나라고 WP는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 원폭 78주년을 맞은 6일 히로시마 평화 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 기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교도통신, 연합뉴스

WP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020년 가을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며 “중국 인민해방군(PLA) 소속 해커들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동맹국인 일본의 기밀 방어 네트워크에 침입했다는 사실이었다”라고 했다. 전직 미국 고위 관리 3명에 따르면 중국 해커들은 일본 군사망 내부에 지속적으로 침입했다고 한다. 당시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한 전직 미군 관리는 “(중국의 안보 시스템 침입으로 인한 피해가) 충격적일 정도로 심각했다”고 했다.

이후 폴 나카소네 미 국가안보국장 및 사이버사령관은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 함께 급히 일본을 찾아 해킹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이들은 일본 당국자들에게 “일본 현대사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힌 해킹 사건 중 하나”라고 전했다. WP는 “미국 측의 브리핑을 받은 일본 국방장관은 매우 놀라 일본 총리에게 이를 알리는 별도 브리핑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네트워크 보안을 강화하고 사이버 보안 예산을 10배로 늘리는 대책을 내놨지만, 미국은 일본의 안보 시스템이 여전히 중국의 해킹 시도를 완전히 막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정보 공유를 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안보망이 뚫릴 경우 미국의 기밀도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미 국내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면서 불안정한 시기였다. WP에 따르면 고위 관리들은 인수인계 과정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첫 NSC 보좌관으로 임명된 제이크 설리번에게도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중국 해커들이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정부 조직 등 25개 기관의 이메일에 침입, 한 달가량 은밀히 활동했다는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해킹 피해자에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니컬러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대사,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등 고위 당국자도 포함됐었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사이버 공격에 관한 우려를 거론하기도 했다.

WP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 지원 해커 군단을 보유한 중국은 사이버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후로도 미국, 괌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주요 인프라에 대한 침투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중국은 위기 또는 분쟁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간) 의사 결정을 방해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사이버 공격 능력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