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컨트리뮤직 부활/박현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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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음악계는 대체로 진보적 성향을 띤다.
인종, 종교, 성(gender), 성적 지향 등에서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풍토가 깔려 있다.
K팝의 상징인 방탄소년단(BTS) 노래들이 미국의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연거푸 차지한 현상은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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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음악계는 대체로 진보적 성향을 띤다. 인종, 종교, 성(gender), 성적 지향 등에서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풍토가 깔려 있다. K팝의 상징인 방탄소년단(BTS) 노래들이 미국의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연거푸 차지한 현상은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팝이나 힙합 등에 밀리던 컨트리음악이 빌보드 핫 100 싱글차트 1, 2, 3위를 싹쓸이해 화제다. 1위는 제이슨 올딘의 ‘트라이 댓 인 어 스몰 타운’(Try That In A Small Town), 2위는 모건 월렌의 ‘라스트 나이트’(Last Night), 3위는 루크 콤스의 ‘패스트 카’(Fast Car)다. 1958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컨트리음악이 모두 상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인·남성 우월주의적 색채를 띤다는 컨트리음악이 새삼 두각을 나타내는 걸 두고 진보 진영의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가 반영된 ‘캔슬 문화’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감이 빚은 문화 현상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PC주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을 언어 사용에서부터 하지 말자는 운동으로 진보 진영의 의식개혁 운동이다. 캔슬 문화는 인종·젠더 등의 분야에서 논란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한 유명인의 소셜미디어 팔로·구독을 취소(cancel)함으로써 ‘메시지’를 문제 삼는 데서 나아가 ‘메신저’ 자체를 공격하는 행태를 말한다.
경찰에게 침 뱉기 등 무질서를 비판하는 제이슨 올딘의 1위 곡은 지난 5월 발표 당시엔 그다지 주목받지 모했다. 2020년 터진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는 캠페인의 시위 장면을 담은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인종차별 시비가 불거진 뒤로는 방송 금지 처분을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공화당 지지자들의 적극적 지지 아래 1위로 올라섰다. 모건 월렌도 지난해 3월 흑인을 비하는 발언을 담은 영상 때문에 PC주의자들에게 공격을 받았고 노래가 음원 플랫폼에서 퇴출되기도 했으나 캔슬 문화에 대한 보수자들의 거센 반격이 시작되면서 2위에 올랐다.
문단과 화단이 이념으로 크게 갈라져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대중예술마저 이런 미 대중음악계의 영향을 받게 되는 건 아닌지 주목된다.
박현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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