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만 봐도 겁 나요"… 인천도 ‘흉기난동’ 포비아 [현장, 그곳&]
다중 밀집지역 불안감에 기피 현상도... 인천청 “주말 중심 기동대 추가 투입”
“지나가는 사람이 든 물병만 봐도 흉기처럼 보여요. 이어폰도 빼놓고 경계하기 바쁩니다.”
신림역과 서현역 칼부림 사건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흉기난동 예고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가운데 인천도 ‘흉기난동 포비아(공포증)’가 퍼지고 있다.
7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만난 김미래씨(19·부천시)는 공항을 지나는 사람들 손에 들린 물병만 봐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무서운 일들이 많이 발생하면서 예전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 두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여름 성수기인 오는 15일까지 1일 평균 17만명의 여객이 오가고 있다. 이날 역시 공항은 해외로 나가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짐을 맡기려는 사람, 티켓팅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일행들, 모든 수속을 마치고 의자에 누워 막간의 여유를 즐기는 여객도 있었다. 이들 모두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 한자락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공항 3층 출국장에서 안내데스크 자원봉사를 하는 김모씨(60)는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며 “공항과 상관 없는 이상한 질문을 하거나, 쓰레기통 옆에 슬그머니 가방을 놓고 가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정해진 번호로 바로 연락한다”고 걱정했다. 이어 “공항에서 사고가 생기면 어떤 곳보다 큰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아침 미팅마다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은 최근 보안경비 항공보안등급을 ‘주의’ 단계로 높이고, 종전 90분이었던 보안경비 순찰주기를 60분으로 단축했다. 인천공항경찰단도 경찰특공대와 대테러특공대, 기동대 등 70여명을 투입해 수색과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인천시 미추홀구 관교동 인천종합버스터미널은 여행 캐리어를 든 시민들로 대기실이 가득 차 있었다. 북적이는 대기실 안에는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3단봉을 든 안전근무자 2명이 순찰을 하고 있었다. 터미널에서 만난 이주현씨(20)는 “뉴스에 칼부림 사건이 많이 나와 불안해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며 “친구들과 만나도 작은 카페나 식당으로 가고 서울 번화가는 가지 않고 있다”고 불안해 했다.
이날 오전 11시. 인천경찰청이 다중밀집지역으로 지정한 미추홀구 관교동 롯데백화점 인천점도 휴가철을 맞아 쇼핑을 하러 온 손님들 사이로 방검복과 3단봉을 착용한 안전근무자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칼부림’에 대비해서다.
식품 코너에서 근무하는 이모씨(40)는 “수상해 보이는 남자가 돌아다닐 때마다 불안하다”며 “갑자기 칼로 찌르면 대처할 방법도 없는데, 세상이 무서워졌다”고 심정을 밝혔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다중밀집지역과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주말 등을 중심으로 기동대를 추가 투입해 시민 안전을 지키고 있다”며 “비상 상황 발생 시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홍승주 기자 winstat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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