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럽까지 보조금 차별… 한국 전기차 등터진다
중국 정부의 한국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 최근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이어 ‘프랑스판 IRA’까지 추진되면서 한국 전기차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특히 프랑스판 IRA가 유럽 이웃 국가로 확산할 경우 가뜩이나 최근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국내 전기차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공개한 환경법 개정안과 시행령 초안에 따르면, 프랑스는 앞으로 특정 국가에서 전기차 한 대를 만들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평가해 보조금에 반영하기로 했다. 탄소배출량이 적을수록 ‘친환경 점수’를 줘서 이 점수의 합계가 60점을 넘으면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프랑스판 IRA는 최근 유럽 시장을 파고드는 중국 전기차 확산세를 막으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기차까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유탄(流彈)을 맞게 된 상황인데 우리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긴급히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과 대처 방안 마련에 나섰다.
◇또 ‘중국 견제’의 유탄 맞았다
프랑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법안에서는 철강·알루미늄·배터리 등 전기차 주요 부품·소재를 생산·제조하고, 자동차를 조립하는 과정 등에 탄소 배출량이 얼마인지를 생산지별로 기준을 정해 놓았다. 7일 본지가 시행령을 분석해 보니 해당 조사에서 중국과 함께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들은 대부분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산 전기차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예컨대 철강의 경우 프랑스와 주요 EU 국가의 탄소 배출량이 1㎏당 1.4㎏으로 정해진 반면, 한국은 1.7㎏, 일본 1.9㎏, 중국 2.0㎏이다. 알루미늄은 격차가 훨씬 커서 EU 국가들은 8.6㎏, 일본은 12.6㎏에 불과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EU의 2배가 넘는 각각 18.5㎏와 20.0㎏으로 정해졌다. 전기차 부품에서 40% 안팎으로 가장 비율이 큰 부품인 배터리(NMC811 기준)는 배출량이 1kWh당 EU가 53㎏, 한국이 63㎏, 일본 67㎏, 중국이 68㎏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프랑스에서 약 1만7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는데 이 중 1만대가량이 한국 등에서 생산돼 유럽으로 수출되는 물량이어서 새 전기차 보조금 정책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다만 1만대 중 절반 정도인 아이오닉5와 EV6 등은 차값이 4만7000유로가 넘어 지금도 보조금 대상이 아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니로·쏘울 전기차 등 연 5000대 안팎이 보조금 탈락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 그만큼 차값이 비싸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프랑스 정부 방침이 유럽 전체로 확산할까 우려
프랑스의 이번 조치는 중국산 전기차가 급속히 시장을 장악해 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는 중국에서 생산해 가져오는 르노그룹의 다치아 스프링으로 1대 가격이 2만800유로로 시장점유율이 11%에 달한다. 르피가로는 최근 “BMW의 iX3, 상하이자동차의 MG등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전기차들이 대부분 중국산으로 시장점유율이 2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유럽산 차가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가 정한 탄소 배출 기준을 두고 국내 업계에선 “지나치게 자의적이다” “기준과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본지에 “부품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에너지 때문”이라며 “중국은 전체 발전의 60% 이상을, 한국은 35%가량을 석탄에 의존하는 데 반해 유럽의 경우 12~13%대로 현저히 낮고 친환경 발전의 기준이 높다”고 했다. 여기에 한국산 전기차는 유럽까지 2만2000㎞에 달하는 장거리 해상 운송 과정에서도 탄소를 대거 발생시키는 것으로 평가됐다. 즉 유럽 내에서 생산되지 않으면 보조금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각종 부품과 소재에 대한 탄소 배출량 평가 기준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해 보조금 대상을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프랑스의 새 보조금 정책이 유럽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외의 다른 유럽 국가가 꼭 보조금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전기차 ‘비관세 장벽’을 세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이제 기업 간 경쟁뿐만 아니라 자국 산업을 키우려는 각국의 보이지 않는 규제와의 싸움터가 됐다”면서 “한국도 각종 규제를 풀고 지원을 늘려 총력을 다해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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