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전문 건설업체 상호 진출 허용, 양극화 심화시킬 것"
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RICON 건설브리프 50호'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상호시장진출 허용제도는 종합·전문건설업종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경쟁하자는 취지를 바탕으로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의 업역을 폐지한 것으로 2021년부터 시행됐다. 산업 생산성·효율성 제고와 상생협력 활성화, 경쟁에 따른 우량업체 선별 등을 목표로 한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의 일환이다. 지난해 1월부터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공사까지 확대됐다.
보고서는 건설공사 상호시장진출을 허용한 결과 ▲종합과 전문건설기업 간의 상호시장진출 실적의 큰 격차 ▲중소 전문건설기업들의 종합공사 진출 부진 ▲전문공사를 수주한 종합건설기업의 불법하도급 ▲전문건설공사 입찰경쟁 심화와 민간공사에서의 매우 저조한 상호시장진출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종합건설기업과 전문건설기업의 상대 업역에 대한 수주 불균형이 매우 크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공사의 경우 종합건설기업이 전문건설기업보다 상호시장 수주 규모가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민간공사에는 무려 15배 차이가 났다. 상호시장 진출은 주로 2억~10억원의 소규모 공사에서 이뤄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김승국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공사 상호시장진출 허용은 종합건설기업과 전문건설기업이 상대방의 건설공사를 수주하며 대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시행 2년의 결과를 보면 애초에 오류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며 "40여년 동안 교착상태에 있던 건설산업의 생산구조를 개편하다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으므로 생산구조 혁신 못지않게 제도 시행 후 나타난 단점들을 보완·발전시키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건설기업이 종합공사에 진출할 때는 자본금이나 기술인력 등 높은 등록기준 충족과 다수의 전문건설업종 보유, 시공시 하도급 금지 등 다양한 제한이 있으나 반대의 상황에서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이것이 상호시장진출 실적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민간공사에서 상호시장진출이 특히 저조한 원인은 민간 발주자가 업역제한 폐지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고 종합건설기업을 주된 대상으로 공사발주를 하는 데에서 나오며, 이 같은 추세는 상당 기간 변화·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문건설업은 소규모 전문공사에서 직접시공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도 상호시장진출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 동안 높은 시공역량을 바탕으로 건설산업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해온 전문건설기업들의 존립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는 건전한 산업생태계 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국과 유사하게 건설산업의 업종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은 건축업종 종합건설기업이 전문공사를 수주해 시공하려면 해당 공종 전문건설업종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전문건설기업에게 하도급을 하도록 하고 있다. 종전의 국내 생산구조와 매우 유사하게 건설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또한 전문건설 업종으로 하여금 해당 업무내용에 대한 시공자격을 보장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종합과 전문 간의 상호시장진출 격차에 따른 갈등을 업역 다툼으로 보고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의 개선만으로는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 있고 건설산업 발전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생산구조개편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고 있는지, 상호시장진출 허용이 건설산업의 경쟁력이나 건설공사의 품질·기술력 향상 등 산업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본 후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제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건설 시대에 건설산업이 타 산업과의 융합과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선 건설시장 일선에서 직접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는 종합과 전문건설업종간의 무분별한 상호시장진출 경쟁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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