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선발 지명 못 받았던 선수가… 지금은 리그 최고 투수로

김영준 기자 2023. 8. 8.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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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표, 10승 올리며 KT 4위 기여
6회 이상 안정적 투구가 최대 장점
6일 KT 고영표가 두산전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6월 초까지만 해도 최하위에 있던 프로야구 KT는 어느새 7일 현재 리그 3위 NC와 승차 없는 4위에 올라왔다. 그 상승세 바탕에는 탄탄한 선발 야구, 그중에도 ‘토종 에이스’ 고영표(32) 활약이 돋보인다. 지난 6일 잠실 두산전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10승(리그 공동 4위). 평균 자책점은 2.44(리그 3위)까지 낮췄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토종 선수’ 중 다승과 평균 자책점 모두 1위다.

고영표 최대 강점은 길게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리그에서 넷째로 많은 125와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나가면 최소한 평균 6회까지는 책임을 져준다는 얘기다. 그것도 안정적으로. 최근 10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점 이하 실점)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20차례 등판했는데 16번이 퀄리티 스타트. 그 다른 비결은 탁월한 제구력과 공격적 피칭이다. 그는 직구 구속이 최고 시속 140㎞ 안팎으로 투수 중 느린 편이다. 150㎞를 넘는 투수들이 즐비한 시대를 버티는 비결은 안정적인 운영 능력이다. 그는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9이닝당 볼넷이 0.72개로 리그 1위, 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1.0으로 역시 리그 1위다. 4사구는 17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지난 6일 만난 고영표는 “퀄리티 스타트는 욕심나는 기록이다. 그게 내 임무라고 생각하고 목표로 삼는다”면서 “올해 퀄리티 스타트를 20번 이상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사실 대기만성형 선수다. 화순고를 졸업한 시절, 프로야구 신인 선발에서 선택받지 못하고 대학(동국대) 진학을 선택했다. 그러나 대학 시절 기량이 꽃피기 시작, 3학년(2012년) 때 KBO 총재기 대회 MVP(최우수 선수), 4학년(2013년) 때 춘계리그 전국대회 우수 투수상 등을 받으면서 2014년 프로 드래프트에서 신생팀 KT에 2차 1라운드(전체 10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 진출이란 소원을 이뤘다.

그럼에도 초반에는 적응을 못 하고 부진하다가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치고 돌아온 2021년부터 잠재력을 발현했다. 한 번도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우지 못했던 그는 2021년 166과 3분의 2이닝(11승6패 2.92), 지난해 182와 3분의 1이닝(13승8패 3.26)을 소화했다. 고영표는 “복무 시기에 내 투구 방향성을 잡았다. 제구력을 키우고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가 되겠다는 목표로 훈련했다”고 했다. 올 시즌 특히 더 활약하는 비결로 고영표는 ‘몸쪽 공 제구’를 꼽았다. 그는 “몸쪽 제구가 잘되니 볼 배합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서 득점권 피안타율이 떨어졌다”며 “같은 타자를 한 경기에 3~4번 상대하면서도 상황마다 패턴을 바꿀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고영표는 자신의 호투 행진이 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스노볼’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자신이 선발로 길게 던져서 불펜진에 휴식을 주고, 이를 바탕으로 이후 경기들도 승리할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은 ‘긍정의 눈덩이’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목표는 1위지만, 팀 순위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의식하면 마음이 쫓긴다”라며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우리 팀의 장점이다. 부상 선수들도 많이 돌아와서 더 시너지가 나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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