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전성기… 30대 중반에 MVP

박강현 기자 2023. 8. 8.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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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평균 연령 3년새 1.5세 증가
MLB 40세 투수 벌랜더는 ‘연봉킹’

올해 각각 38세 및 35세인 한선수(대한항공)와 김연경(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한선수는 기자단 투표 31표 중 19표, 김연경은 몰표를 받았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한선수와 2005년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이제 배구 선수로는 ‘황혼기’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고 있다. 그만큼 뛰어난 실력과 자기 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들을 대체할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선수는 “평균 수명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우리 (선수 생활 수명)도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프로배구 등록 선수 평균 연령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남자부는 2020년(26.5세)에서 다가오는 시즌엔 28세가 평균이다. 여자부도 같은 기간 23.8세에서 25.3세가 됐다.

배구인들 사이에서 “한선수와 김연경 이후에 배구는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은 오래된 고민이다. 배구감독 출신인 문용관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실장은 “나이 든 선수들이 기량을 유지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높이 평가해야 된다”면서 “훈련의 과학화와 의료 기술의 발달이 이런 현상을 초래했다고 본다. 예전엔 (특급 선수들이) ‘정형외과’로 불렸던 곳에서 관리를 받았다면 이젠 ‘관절’ ‘발목’ 등으로 세분되고 특화된 곳에서 체계적으로 몸관리를 받는다”고 했다. 특히 체력 측정 장비인 등속성장비(Isokinetic equipment)를 통해 필요한 만큼의 운동을 적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러면서도 “선수 ‘적체’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젊은 선수들이 그만큼 이들을 밀어낼 수 없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 배구의 미래도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배구뿐이 아니다. 프로야구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등록 선수 평균 연령이 계속 올라갔다. 2011시즌엔 26.6세였다면 올 시즌에 28세다.

삼성 구자욱.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예전엔 은퇴를 고민하던 나이대 선수들이 불꽃 활약을 이어간다. 현재 리그에선 타율 ‘톱 5′가 모두 30대에 접어든 선수들이다. 삼성 구자욱(30·0.333), SSG의 기예르모 에레디아(32·쿠바·0.332), LG 홍창기(30·0.330), NC 손아섭(35·0.330), 두산 양의지(36·0.323)가 그 주인공이다. 장타력과 관련된 홈런 부문에서도 선두 노시환(23·한화·23개)을 제외하곤 30대들이 ‘톱 10′을 꽉 채우고 있다.

KT 고영표.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투수진에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평균자책점 ‘톱 5′에선 5위 안우진(24·키움·2.48)을 제외하곤 1~4위를 모두 30대가 휩쓸고 있다. NC 에릭 페디(30·미국·2.10), LG 아담 플럿코(32·미국·2.33), KT 고영표(32·2.44), 두산 라울 알칸타라(31·도미니카공화국·2.46)다. MLB(미 프로야구)에서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우완 투수 저스틴 벌랜더(40·미국)가 작년 만 39세 나이로 개인 통산 세 번째 사이영상을 받았다. 그는 맥스 셔저(39·미국·텍사스 레인저스)와 함께 올해 연봉 약 4333만달러(약 555억원)로 MLB ‘연봉왕’이다.

각 스포츠 종목에서 이른바 ‘30대’에 접어든 베테랑들이 20대 ‘젊은 피’들을 따돌리고 건재를 과시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다년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빼어난 실력에 원숙미를 더해 절정의 기량을 뽐낸다. 또 발전된 과학 훈련 기법을 통해 부상을 최소화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오랫동안 자기 관리를 잘할수록 따라오는 ‘FA(자유계약선수) 대박’과 같은 금전적인 요인도 동기 부여가 된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예전엔 야구 선수들이 대부분 30대 초반에 은퇴를 해 30대 중반 선수는 보기조차 힘들었는데, 이젠 옛말이다. 오히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선수 시절 전성기”라며 “가장 큰 원인은 FA 제도의 활성화다. 선수들 사이에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면 ‘대박’을 칠 수 있다는 동기가 있다. 야구 문화 풍토 자체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의지는 작년 시즌을 마치고 두산과 4+2년 총액 152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지난 6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노바크 조코비치. /신화연합뉴스

국내 스포츠에만 ‘베테랑 반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테니스계는 여전히 ‘조코비치 천하’다.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는 자신과 띠동갑 이상 차이 나는 선수들을 연거푸 돌려세우며 올해 세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해 두 번 우승(호주오픈, 프랑스오픈)하는 위엄을 이어나가고 있다. 테니스는 격렬하기로 악명이 높아 보통 30대 이전에 코트를 떠났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30대 이후 그의 메이저 대회 총 우승 횟수(23회) 절반에 가까운 11번 정상에 올랐다. 조코비치는 경기 도중 ‘스마트 패치’를 가슴에 부착해 통증을 완화하고 피로를 줄이는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코비치는 “36세는 이제 새로운 26세다(36 is the new 26)”라고 말했다.

축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선수는 아직도 리오넬 메시(36·아르헨티나)다. 최근 미국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한 그는 미국 축구계 판도를 바꾸는 중이다. MLS(미 프로축구) 전자상거래 파트너인 파나틱스에 따르면 메시의 유니폼은 판매 첫 24시간 기준 미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이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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