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수복 작전? 우크라, 또 다리 폭파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8. 8.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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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이 제공한 ‘스톰 섀도’ 미사일
촌가르 다리 등 2곳 공격해 마비
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촌가르 교량 상판에 커다란 홈이 파여 있다. 이 다리는 러시아의 군사 요충지인 크림반도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를 잇는 교량이다. 우크라이나는 공격 사실을 인정하며 “(촌가르 교량 등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통해 우크라 점령지를 통제하는 데 긴요한 전략 인프라”라고 했다. /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미사일과 수상 드론을 동원해 러시아의 군사 요충지 크림반도로 가는 길목들을 에워싸듯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러시아 본토에서 크림반도 동부로 건너가는 크림대교를 공격한 데 이어, 이번엔 전쟁에서 빼앗긴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크림반도 북쪽에서 잇는 다리 2개를 공격하고 나섰다. 러시아 입장에서 크림반도는 흑해 제해권은 물론 병참을 위해서도 핵심 지역이다. ‘러시아 제국’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심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다리를 끊으면 본토로부터 분리된 섬이나 다름없어지고 러시아가 더 이상 전쟁 보급로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대반격’ 작전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고립 상황을 위협해 러시아를 압박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6일(현지 시각) 점령지의 친러 행정 당국을 인용,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과 크림반도 북부를 잇는 촌가르(Chongar) 다리가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상판 일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 다리는 폭이 120m에 불과한 ‘촌가르 해협’을 가로지르는 연륙교(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다. 이 다리가 없으면 사람과 물자를 실어나르기 위해 수십㎞ 떨어진 어촌항을 이용하거나, 서쪽으로 약 120㎞ 떨어진 페레코프 쪽으로 돌아서 가야 한다. 헤르손주 친러 행정부는 “이번 공격은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스톰 섀도’ 장거리 미사일에 의한 것”이라며 “복구 작업을 위해 다리는 폐쇄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남부의 촌가르 반도와 크림반도 북부 잔코이 지역을 연결하는 교량이 우크라이나군 공격으로 파손됐다고 밝혔다. 공격으로 구멍이 난 교량 상판의 모습. 러시아는 이번 공격에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친러 행정부는 또 “헤르손주 헤니체스크 마을과 크림반도 동북쪽 해안을 잇는 또 다른 다리도 포격을 받았다”며 “이 다리를 지나는 가스관이 손상돼 인근 지역 마을 2만여 가구에 대한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헤니체스크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드니프로강 동안의 임시 행정 수도다. 친러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다리를 지나던 민간인들이 부상했고, 근처 마을의 학교가 공격받아 학생들이 긴급 대피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도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6일 오후 3시쯤 촌가르와 게니체스크를 잇는 핵심 교량 2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키이우 포스트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이들 교량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통해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통제하는 데 긴요한 전략 인프라”라며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고립 작전’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지난 17일 크림대교를 수상 드론 2대로 공격했고, 지난 4일과 5일엔 주변 해로의 군함과 유조선을 잇따라 공격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점령지 탈환을 위한 대규모 반격 작전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ISW는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가을 하르키우와 헤르손주 수복 작전 직전 러시아 후방 보급로 공격에 집중, 반격의 기틀을 닦았다”며 “자포리자 등 동남부 전선 공략을 위해 (크림반도와 흑해 등) 러시아 후방으로 더 파고드는 물류·수송 차단 작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두 달간의 반격 작전에서 러시아의 저항이 만만치 않자, 보급 차단을 통해 힘부터 빼놓는 전술을 다시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겨냥한 산발적 공격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모스크바 남부 포돌스크 지역에서 모스크바 중심부를 향해 날아오던 우크라이나 드론 여러 대를 발견, 방공 무기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시 당국도 텔레그램을 통해 “오전 11시쯤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가 모스크바 공격을 시도했으나 러시아군 방공망에 저지됐다”며 “사상자나 피해는 없다”고 발표했다. 이 공격 시도로 모스크바의 브누코보 국제공항은 이날 오전 이착륙이 일시 중단됐다. 모스크바에 대한 드론 공격 시도는 지난 일주일 새 벌써 4번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폭격을 퍼부었다. 러시아군은 “드론과 순항미사일 70여 기로 흐멜니츠키주와 리우네주의 우크라이나 공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사일과 드론 일부는 민간 지역에도 떨어져 피해를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방공망에 포착된 총 40여 개의 드론과 미사일 중 30개를 요격·격추해 피해를 줄였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동영상 연설을 통해 “미국의 패트리엇과 독일의 IRIS-T 방공 미사일 체계가 러시아 공습의 상당 부분을 막아내고 있다”며 “더 많은 방공 무기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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