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71억 썼다는 잼버리가 이 모양, 사용처 철저 규명해야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파행을 거듭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들어간 예산이 1171억원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폭염 속 간척지에서 열렸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2015년 일본 세계 잼버리 대회 예산이 380억원이었다. 3배 넘는 돈을 쓴 새만금 잼버리에선 부실한 샤워 시설과 지저분한 화장실 등 기본적인 위생 문제가 불거졌고 1000명 이상 속출한 온열 환자들은 의료진과 병상 부족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1000억원이 넘는 돈이 대체 어디에 쓰인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직위가 밝힌 내역에 따르면 야영장 조성에 들어간 돈은 130억원이다.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 조성에 205억원, 강제 배수 시설에 30억원 등 간접 비용까지 합치면 395억원에 달한다. 조직위는 이 밖에도 급식과 식당 운영에 121억원, 그늘막 구입에 5억4000만원, 방역 시설 완비와 해충 기피제 구비에 7억6000만원, 분뇨 처리 시설 등에 11억원 등 656억원을 추가로 썼다며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그런데도 참가자들은 물웅덩이에 텐트를 쳤고 썩은 달걀을 급식으로 받았다.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북도 등 주최 측은 2017년 대회 유치 이후 예산 확대를 줄곧 요구해왔다. 그 결과 유치 당시 491억원이었던 총사업비가 2배 이상 불어났다. 잼버리 사무국 조직위는 각종 실무팀만 30개로 총인원이 117명이다. 여기에 정부지원위(30명), 실무위원회(19명), 조직위(152명), 집행위(21명)까지 더해져 비대한 행정 조직이 됐다. 이것을 유지하는 데만 84억원이 추가로 들었다고 한다. 이 조직이 제대로 작동한 것인지가 의심스럽다.
전북도청 관계자 5명은 2018년 5월 ‘세계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를 명목으로 6박 8일간 스위스와 이탈리아 출장을 다녀왔다. 정작 이들 나라는 세계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었다. 이 밖에도 ‘호주 스카우트연맹 방문’ ‘미국서 열리는 세계 잼버리 참관’ 등 외유성으로 의심되는 해외 출장이 잇따랐다. 새만금 잼버리 예산 1171억원 중엔 국비 302억원과 지방비 418억원 등 세금이 720억원을 차지했다. 납세자들은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권리가 있다. 국회 차원이든 감사원 차원이든 용처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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