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K-Pop 시티’ 조성 앞두고 특혜 시비-주민 반발 등 잡음

차준호 기자 2023. 8.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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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청, 수의계약 논란 일자, 제안 공모 방식으로 8공구 개발
주민 “교통 체증 유발 사업 대신 복합 쇼핑몰 등 편의시설 조성을”
공연장 등 관련사업 수익성도 의문… 공청회 열어 주민 설득 나서기로
1일 송도5동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가 ‘주민 합의 없는 8공구 R2, B1, B2 블록 오피스텔 개발계획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인천경제청 제공
요즘 송도국제도시 8공구 일대를 K콘텐츠 중심지’로 만든다는 ‘K-Pop 시티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인천이 시끄럽다.

송도 주민들은 K-Pop 시티가 아닌 최대 1만5000채를 짓는 ‘오피스텔 시티’를 조성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난개발을 반대하고 나섰다. 앞서 인천경제청은 2021년 11월 국내 대형 기획사와 시행사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대중문화 콘텐츠 확보 등에 관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 주민 설득 위해 뒤늦게 공청회 여는 인천경제청

1일 송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앞에서는 5개 아파트 단지로 구성된 송도5동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가 ‘주민 합의 없는 8공구 R2, B1, B2 블록 오피스텔 개발계획 반대’라는 현수막을 걸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K-Pop 아레나처럼 주민 고통을 가중하는 시설이 아니라 대형 복합 쇼핑몰 같은 주민 편의 향상에 도움을 주는 시설의 설치를 요구했다. 연합회는 K-Pop 시티 사업은 주거밀집지역 특성상 교통 혼잡과 소음으로 많은 불편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8공구 주민 박미자 씨(47)는 “송도에 거주하면서 가장 만족하는 거주환경 중 하나가 교통 체증이 없는 도시라는 점”이라며 “1만 채가 넘는 ‘오피스텔 밭’을 만들고 공연이 열릴 때마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K-Pop 시티 건설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제청은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 논란이 일자 지난달 25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R2, B1, B2블록 부지를 제안 공모 방식으로 바꿔 K-Pop 콘텐츠 시티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이달에 8공구 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여는 등 주민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Pop 시티’라는 기존 사업자의 개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국제공모 등을 통해 인천 발전과 시민이 원하는 개발 콘텐츠를 제시하는 사업자에게 사업 부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수년 동안 K-Pop 시티를 준비해 온 기존 사업자가 있는 상황에서 공모 방식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공정한 공모 절차인가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다.

여기에 “유정복 인천시장이 이미 2차례 K-Pop 시티 관계자를 만났다.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 청장이 올해 초 미국 출장 때 K-Pop 시티 관계자와 만나 사업 전반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를 가졌다”는 풍문까지 나돌고 있어 자칫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 ‘글로벌 K콘텐츠’, 인천 발전시킬 원동력일까

2021년부터 K-Pop 시티 개발사업을 준비해 온 사업자는 송도를 콘텐츠 제작 산업, 문화예술 교육 산업 및 문화관광산업의 거점인 ‘종합문화산업기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부지에 글로벌 K팝 엔터테인먼트사를 유치하고 K팝 전용 아레나, 제작스튜디오, 아카데미 등을 건립한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만든 K-Pop 시티 조성 사업 제안서에 따르면 달빛축제공원에는 돔 공연장(아레나)을 조성한 뒤 기부 채납한다.

하지만 인천 영종을 비롯해 수도권 곳곳에 전문 공연장인 아레나가 들어서는 가운데 뒤늦게 짓는 아레나가 인천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볼 문제다.

실제로 올 하반기(7∼12월) 인천 영종에는 인스파이어 카지노 복합리조트에 1만5000석 규모의 다목적 아레나(1만6000㎡)가 문을 연다. 2027년 말에는 인천 청라에 2만1000석 규모의 멀티스타디움 돔구장을 갖춘 ‘스타필드 청라’가 문을 연다. 경기 일산에도 2만 석 규모 실내 좌석을 비롯해 총 4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CJ라이브시티 아레나’가 2021년 10월 착공했다. 2025년에는 2만8000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서울아레나’(창동)가 대규모 음악 전문 공연장으로 문을 연다.

2000년 문을 연 영국 런던 O2아레나의 경우 한때 콘텐츠 부실로 관람객이 없어 애물단지가 됐다. 하지만 2007년 세계 1위 공연장 운영 기업 AEG가 이곳을 인수하면서 세계 1위 아레나로 도약하는 등 관광명소가 됐다.

따라서 인천시는 전문성을 가진 ‘우선협상대상자’가 아레나를 끝까지 책임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지역민영방송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자칫 계양구 등 원도심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일타강사를 유치해 높은 교육열을 해소한다는 계획도 공교육을 부실화하고 사교육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공모 전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을 두고 특혜 시비가 없도록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며 “문화·예술·관광에 특화된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공모 계획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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