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인간난로’의 폭염 속 무더위 나기

김윤진 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23. 8.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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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람은 난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몸속은 끊임없이 불타고 있다. 먹은 음식이 세포 속에서 연소돼 에너지와 열을 생산한다. 에너지는 생각하고 걷고 뛰는 모든 것, 심장을 뛰게 하고 위장이 소화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에너지와 함께 만들어진 열은 몸을 데운다. 우리 몸이 따뜻한 것은 몸속에서 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름을 지내기 힘든 것은 사람이 난로이기 때문이다. 우리 체온은 섭씨 36~37도 사이에서 유지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 온도에서 생리적 기능이 최고다. 체온이 높아지면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열생산시스템과 동시에 몸을 식히는 냉각시스템이 있다. 몸이 가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몸에는 크게 세 종류의 냉각시스템이 있다. 복사와 대류, 나머지 하나는 땀 증발 시 발생하는 기화열을 이용한 냉각시스템이다.

그림= 서상균 기자


신체 냉각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이다. 적당한 바람이 있고, 온·습도가 낮은 계절에는 복사와 대류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땀이 잘 마르기 때문에 잘 작동한다. 그런데 여름이 되면 몸을 식히기 힘들어진다. 무더위로 외기와 체온 차가 적어 복사와 대류가 잘 안 될 뿐만 아니라, 땀도 잘 마르지 않고, 땀방울로 맺힌다. 인간의 냉각시스템은 여름에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름이 오기 전부터 말초혈관을 확장하고, 피부의 땀샘을 늘려 땀이 잘 분비되도록 준비한다. 어느 정도의 더위는 잘 극복할 수 있으나 폭염은 사정이 다르다. 신체 냉각시스템이 역부족인 경우가 많고 번번이 온열질환도 발생한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여름철 야외 활동 시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땀범벅 상태다. 몸을 고열로 달아오른 상태로, 인체 냉각시스템이 몸을 식히는 것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대로 있으면 고열로 뇌기능 부전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 뇌기증 부전은 처음에는 정신혼란, 방향감각 이상, 구토 현기증 등의 가벼운 전구 증상이 나타나지만 방치하면 발작 경련 혼수로 이어지고 사망할 수도 있다. 무더위 속에 일사병으로 인한 사망 소식이 드물지 않은 이유는 고열로 인한 뇌기능 상실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더위에 불가피하게 야외 활동을 해야 할 때는 전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멈추고 시원한 곳으로 대피해서 몸을 식혀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탈수 예방에 대한 관심이다. 땀 분비가 과다해져 몸에서 수분이 부족해지면 탈수로 인한 실신이 잘 생긴다. 탈수로 인한 실신은 특히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노인은 갈증이 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탈수 상태에서도 목이 마르지 않기 때문에 탈수를 인지하지 못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지 않은 채로 야외 활동을 하다가 실신하게 된다. 이에 노인은 갈증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수시로 수분을 보충해서 탈수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작열하는 태양에 직접 노출되는 것이다. 사람이 난로이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에는 가만히 있어도, 몸에서 생산되는 열만으로 체온이 상승하는데, 거기에 뜨거운 태양열이 더해지면 체온이 더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여름에 작열하는 태양에 장시간 노출되어도 안전한 사람은 수영장이나 바다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정도일 것이다. 최대한 야외 노출 시간을 줄이고 일이 끝나면 즉시 시원한 그늘을 찾아 체온을 낮추어야 한다.


인간의 냉각시스템 효율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름이 되면 덥고 힘들 수밖에 없다. 몸을 식히기 위한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폭염경보가 내리면 몸이 뜨거워지지 않도록 처음부터 그늘에 머무르는 것이 안전하다. 불필요한 야외활동을 줄이고, 최대한 햇볕 노출을 줄여야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서 탈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양산 그늘 바람 물 선풍기 에어컨 샤워 냉수욕 수영 등 온갖 수단을 이용해서 몸의 온도를 즉시 낮추어야 한다. 2023년은 지구 열대화가 선언된 해다. 폭염에 대한 비상한 대비가 필요한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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