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해도 85%는 방치… 소극적 법 집행도 걸림돌
행위별 명확한 처벌-조사규정 없고, 5인 미만 사업장엔 적용조차 안돼
현장 교육-인식 개선 노력 필요… 예방에 초점 맞춘 정책 보완을
● 직장인 3명 중 1명 ‘직장 내 괴롭힘 경험’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2019년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시행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나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전인 2019년 6월 당시에는 같은 설문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44.5%였다. 법 시행으로 10%가량 줄어들어 효과를 보고 있지만, 일정 수치 이상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자체도 문제가 적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들이 너무 포괄적인 데다, 폭언이나 부당 지시 등 각 괴롭힘 행위별 명확한 처벌 규정 및 조사 방법이 없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회사 자체 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개인 간 갈등인지, 사업장 내 직장 내 괴롭힘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고용노동부의 ‘강 건너 불구경’ 식 소극적인 법 집행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부터 올해 6월까지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2만8731건이다. 이 중 개선 지도, 검찰 송치, 과태료 부과 등의 권리 구제까지 이어진 경우는 4168건이다. 전체의 14.5%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211건으로 전체의 0.7% 수준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용노동부 신고 사건의 85.5%는 적절한 사후 조치 없이 방치되는 실정이다.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 여전
근로기준법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일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가족 경영회사 등 사용자와 가해자가 친족일 경우에는 회사 내부에서 2차 가해 및 조치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가 생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C 씨는 무단 조기 퇴근을 일삼는 동료 D 씨의 불량한 업무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나 D 씨는 회사 대표의 처남이었다. D 씨는 적반하장식으로 C 씨를 ‘퇴사시키겠다’며 위협했다. C 씨는 회사에서 ‘분란을 일으켰다’는 명목으로 감봉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에 C 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고용부는 ‘회사 업무가 아닌 개인 간 갈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C 씨는 “너무 억울한데 풀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직장 현장에서 괴롭힘 예방 교육이나 인식 개선 노력도 미비하다는 평가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조직적인 추가 괴롭힘에 대해서 대처가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 관리·감독을 위한 행정적 역량을 늘리고, 직장 내 괴롭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우리나라가 고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취약했던 근로자들의 인격권을 어떻게 보호하느냐는 고민의 산물”이라며 “우리나라의 노동행정 역량은 임금 체불 쪽에 집중돼 있는 만큼, 직장 내 괴롭힘 조사와 감독에 대한 행정 역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인격권 침해 없이 근로관계 복귀를 유도하는 법 취지에 맞게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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