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빌리면 이자 안 받기도… ‘빚투’ 부추기는 증권사들

김은정 기자 2023. 8. 8.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용 금리 인하로 대출 경쟁

KB증권은 지난 2일부터 신용대출인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60일간 연 4.2%로 인하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종전에는 대출 기간에 따라 연 4.9~9.1%로 차등 적용하던 금리를 신규 고객 등에 한해 일괄적으로 대폭 낮춰주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들 금리(최고 연 9.6%)의 절반 수준이다.

다올투자증권도 지난달부터 신규·휴면 고객 신용융자 이율을 6개월간 연 3.99%로 확 낮췄다. 대신증권은 지난 6월부터 1~7일 단기 신용융자 이자를 아예 받지 않고 있다. 이자 부담이 큰 90일 이상 신용융자 금리는 0.25%포인트 내렸다.

그래픽=백형선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대출 금리 인하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차전지’ ‘초전도체’ 등 테마주가 급등하며 개인들의 ‘빚투(빚을 내 투자)’가 증가하자 영업 기회로 삼는 것이다.

올해 초 16조원이던 국내 증시 신용융자거래 잔액은 최근 20조원대로 불었다. 2거래일 후 갚아야 반대매매를 당하지 않는 ‘초단기 대출’인 미수금도 지난달 말 7200억원을 넘기며 1월 말(1847억원)의 4배가 됐다.

대출금리 인하는 고객 입장에선 혜택이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받은 돈으로 주식을 ‘단타’로 매매하는 거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대출 이벤트가 ‘빚투’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융자로 매수한 주식이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될 경우, 주가 하락을 더 가속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도 있다.

◇“비대면 신용융자 금리가 대면보다 비싸다니”

일부 증권사는 대면 고객보다 비대면 신용융자 고객에게 더 비싼 금리를 매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이 절감되는 비대면 금융 거래 고객에겐 금리나 수수료를 낮춰주는 게 상식적인데 거꾸로 이자를 더 받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모바일 전용 대출 상품에 더 낮은 금리를 매기는 것과 대조적이다.

예컨대 한국투자증권은 16~30일 기준 신용융자시 대면 고객에겐 연 7.9%를, 비대면 고객에겐 9.5%를 받는다. 무려 1.6%포인트 차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다르지 않다. 삼성증권은 대면 고객에겐 연 8.7%, 비대면 고객에겐 그보다 높은 연 9.2%를 적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도 비대면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대면 고객보다 각각 1.3%포인트, 1%포인트씩 더 높았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비대면 채널을 통한 대출 고객 유입이 많다 보니 ‘돈벌이’를 위해 오히려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산 구축 비용이 반영되면서 비대면 대출 고객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받고 있는 과도기적 현상일 수 있다”며 “당연히 비대면 대출 금리는 대면일 때보다 낮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는 “자사의 고객 관리 전략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증권사 ‘이자 장사’ 논란

신용공여도 증권사의 업무 중 하나이긴 하지만, 과도한 이자마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올 초엔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에서 연 3.02%(작년 9월 기준) 금리로 자금을 조달(융자)해 고객들에겐 최고 연 10% 안팎 고금리로 대출하는 식으로 지나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은 “5대 은행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0.97~1.83%포인트인 데 반해 증권사는 그보다 최대 6배 높은 수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출 시 주식 등 확실한 담보를 설정하면서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증권업계는 신용융자 최고 금리를 연 10% 아래로 내렸다.

주요 증권사의 이자 수익은 3년 새 2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투협회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경우 2020년 1분기 227억원이었던 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이 지난 1분기엔 545억원이 돼 2.4배로 늘었다. KB증권(2.2배)과 미래에셋증권(2.1배), NH(2.08배), 한국투자(2.02배) 등도 비슷한 규모로 늘었다. 이렇게 불어난 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은 증권사 분기 순이익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