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뿐인 ‘LH 전관’ 근절 방안…이권 카르텔 뿌리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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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순살 아파트' 파문은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설계에서 시공, 감리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이 '이권 카르텔'로 점철돼 있어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과 부실 시공을 제대로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2021년 내부 정보를 이용한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LH는 "해체 수준의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는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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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순살 아파트’ 파문은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설계에서 시공, 감리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이 ‘이권 카르텔’로 점철돼 있어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과 부실 시공을 제대로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철근을 빼돌리고, 자재를 덜 쓰면서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는 일 등을 엄정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기술 문제가 아니라 건설업계와 ‘LH 전관’이 결탁한 부패 고리 때문에 부실과 비리가 만연하고, 급기야 건물이 무너지는 후진국형 황당사고까지 일어나고 있다. LH는 퇴직자 취업 제한 대상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허울뿐이었다.
2021년 내부 정보를 이용한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LH는 “해체 수준의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는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내놓았다. 유관 기업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하는 퇴직자를 ‘상임이사 이상’ 7명에서 ‘2급 이상’ 500여 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건설 관련 업체 취업에서 ‘LH 전관특혜’는 사라지지 않았다. LH가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혁신안 발표 이후 최근까지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를 받은 21명 중 불가 판정을 받은 사례는 퇴직 뒤 곧바로 아파트 유지보수·관리업체에 취업하려던 부장급(2급) 한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취업이 승인됐다. 한 2급 전문위원은 지난해 9월 퇴직한 지 한 달 반 만에 종합건축설계사무소에 취직했는데, 이번에 철근 누락이 드러난 경기도 파주 운정 A34 아파트 단지 감리를 맡은 회사였다.
연간 10조 원 규모 공사 및 용역을 발주하는 LH 전관 출신들이 영업과 로비 창구로 활용되는 구조를 근절하는 대책은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취업 제한을 2급 이상으로 확대하자 실무진인 차장급(3급)이 조기 퇴직해 설계·감리회사로 옮기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자본금 10억 원 미만 업체는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퇴직자들이 규제를 피해 얼마든지 재취업할 수 있다. 이들을 통해 민간 발주 아파트에도 영향력이 발휘되면서 부패와 부실 시공 사슬이 끊이지 않는다.
LH는 최근 ‘무량판 구조(보 없이 기둥이 직접 콘크리트 천장을 지지하는 구조)’ 철근 누락 사태가 불거지자 전관 개입 업무 전면 개편을 또 한 번 약속했다. 이와 별도로 국토교통부는 취업 심사 대상을 LH 퇴직자 3급 이하로 확대하거나, 취업 심사 대상 기업을 늘리는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오는 10월 내놓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전관 재취업 제한은 물론 내부 조직의 강도 높은 자정을 강제하는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해 탄생한 LH 분할을 검토하는 등 우리나라 건설산업에 해악을 끼치는 이권 카르텔 형성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극약 처방도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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