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코스트코 청년 노동자의 죽음, 슬프고 가슴 아프다
지난 6월19일 저녁 하남시에 있는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20대 청년 노동자가 쓰러져 끝내 숨졌다. 당시 낮 최고기온은 33도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고 고인은 매시간 200개 안팎의 카트를 모아 매장 입구로 옮기는 업무를 했다고 한다.
고인의 아버지는 언론에 나와 아들이 숨지기 이틀 전인 “6월17일 토요일 집으로 오자마자 대자로 눕더니 ‘엄마 나 오늘 4만3천보 걸었다’며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짠한 마음에 슬프고 가슴이 아팠다. 꽃다운 젊은이가 이렇게 허무하게 져 버린 현실이 안타깝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가족들은 회사를 상대로 아들의 죽음이 산업재해라고 주장한다. 언론보도를 보면 병원 측이 밝힌 고인의 최종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였다고 한다.
여름철 폭염이 일상화된 지금 폭염에 대비해 사회안전망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올해 발생한 불행한 사고가 내년에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는 꼼꼼히 살펴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당장 시급한 분야가 폭염 속에서 작업해야 하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 제도의 정비일 것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법령이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약칭 안전보건규칙)이다. 안전보건규칙 제6장에 ‘온도·습도에 의한 건강장해의 예방’에 관한 조항이 있다. 그런데 ‘고열작업’의 유형으로 용광로 등을 정하고 있을 뿐 ‘폭염 노출 작업’에 관해서는 규정이 없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속히 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해 고열작업의 범주에 ‘폭염 노출 작업’을 포함해야 한다. 아울러 일정 기준 이상으로 온도가 상승하면 작업을 중단하도록 하는 일률적인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안전보건규칙 제566조에 사업주는 근로자가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의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안전보건규칙 제567조에 사업주는 근로자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휴식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고열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심부체온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을 중대산업재해로 인정되는 ‘직업성 질병’이라고 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회사가 고인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 고인과 유족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재 사망률은 지난해 1.10(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29에 비해 월등히 높아 OECD 1위다. “엄마 너무 힘들어. 오늘 4만3천보 걸었어”라는 슬프고, 가슴 아픈 이 말을 다시 듣지 않기 위해 정부와 정치인, 경영주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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