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숙객도 수십만원 수영장 요금 받는 상식밖 한국 호텔들
직장인 정모(41)씨는 최근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호캉스(호텔+바캉스)로 서울 한 호텔에 숙박하려다가 크게 놀랐다고 합니다. 예상과 크게 차이 나는 가격 때문이었습니다. ‘얼리 버드’로 예약하면 1박 55만원에 조식까지 포함된 가격에 이용 가능하다고 알고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을 위해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투숙객이라도 추가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겁니다. 금액도 만만찮았습니다. 3인 가족의 수영장 입장료에다 ‘음식 반입 불가’로 추가되는 한끼 비용까지 합치면 50만원 가까이 써야 합니다. 수영장 이용에만 1박 숙박료와 비슷한 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겁니다.
최근 국내 호텔에서 투숙객들에게 야외 수영장 이용료를 별도로 받는 요금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 신라호텔은 야외 수영장 이용 시 성인 기준 12만원 입장료를 투숙객에게 추가로 받고, 반얀트리 호텔도 투숙객 수영장 입장료로 8만2500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은 8만원, 워커힐 호텔은 5만원, 인천 네스트 호텔도 최대 5만2000원이 추가됩니다. 이런 현상은 지방 호텔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만의 ‘호텔 갑질’이란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해외 유명 호텔 중에서 한국처럼 수영장 요금을 따로 받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인기 휴양지 하와이의 셰러턴 와이키키 호텔, 인피티니풀로 세계적 명소가 된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세계 수영 애호가들에게 인기 높은 프랑스 파리 몰리터 호텔은 모두 투숙객들이 무료로 야외 수영장을 이용합니다.
국내 호텔 측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내세웁니다. 서울 한 호텔 지배인은 “호텔 야외 수영장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시설 투자·관리 비용이 불어나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 했습니다. 예컨대 호텔 측이 야외 수영장에서 영리 활동을 하려면 수영장을 체육시설업의 ‘수영장업’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이 경우 상주시켜야 하는 안전 필수 인원의 인건비 같은 게 부담돼 투숙객에게 내도록 한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1년간 호텔 숙박료가 10% 이상 오르는 등 비싼 휴가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 호텔들이 돈벌이에 급급해 국민 눈높이는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어긋난 길을 가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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