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마저… 위기의 스마트폰, 출하량 두자릿수 급감
두꺼운 팬층을 바탕으로 별다른 판매 부진을 겪어본 적이 없는 애플 아이폰이 2분기 연속 매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신제품 출시가 지연되고, 글로벌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도 매출 반등을 이뤄낸 애플 입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아이폰마저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은 글로벌 스마트폰 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현지 시각) “9월 공개되는 신제품 아이폰 15는 3년 만에 최대의 업그레이드를 선보일 예정이지만, 잘 팔릴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아이폰 15는 역대 가장 얇은 테두리에, 처음으로 C타입 충전기를 적용하는 등 대폭의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블룸버그는 “예전 같다면 기능 변화가 아이폰을 저절로 잘 팔리게 하는 요인이 됐겠지만,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 애플은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3일 애플은 올해 2분기에 아이폰 매출 397억달러(약 52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 줄어든 수치이며,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4분기(389억달러) 이후 처음으로 아이폰의 분기 매출이 4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계에 다다른 스마트폰 성장
글로벌 제조 업계를 이끌던 스마트폰 산업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발표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총 2억6590만대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5%나 감소했다. 중국 화웨이·트랜션홀딩스를 제외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상위 10위 스마트폰 메이커 중 7곳의 출하량이 10% 이상 떨어졌다.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는 8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5330만대를 기록해 세계 1위를 지켰다. 하지만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4% 넘게 출하량이 줄어들었다. 지난 2월 조기 출시한 갤럭시S23 시리즈의 신제품 효과가 줄어든 걸 감안해도 하락 폭이 크다. 옴디아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중저가 폰 수요까지 감소하며 보급형인 갤럭시A 시리즈의 판매가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 성장세를 주도했던 중국 시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글로벌 3, 4위 업체인 샤오미와 오포는 15.7%, 10.5%씩 출하량이 줄었다. 고가 폴더블(접는)폰이 기대만큼 중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았고, 중국 내수 시장 침체로 소비자들의 기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판매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침체는 메모리 반도체·디스플레이·센서·카메라 렌즈 등 관련 업계에도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 1위 업체인 미국 퀄컴은 올 2분기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순이익은 절반 넘게 줄었다. 낸드플래시 2위 기업인 일본 키옥시아는 올해로 예정했던 이와테현 신규 공장 가동을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스마트폰 시장 부진으로 크게 떨어진 낸드 수요 회복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폰, 앱 시장은 폭풍 성장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이 언제 살아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보급형 스마트폰을 1년도 안 돼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마트폰 기술 상향 평준화로 2년 넘게 쓰는 소비자 비중이 늘었다”며 “중저가폰 판매로 글로벌 매출 1위를 유지해온 삼성전자에 더 불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스마트폰 신제품 수요가 줄어든 대신 중고 스마트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리퍼비시폰(중고폰) 시장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 늘어난 133억달러(약 17조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2%가량 감소했다. 리퍼비시폰은 중고 스마트폰을 회수해 새것처럼 만들어 재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외관이나 내부 부품 일부를 교체해 재포장하기 때문에 새 스마트폰 대비 가격이 절반 이하인 경우가 많다.
모바일 앱 시장도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싼 돈을 주고 새 기기로 교체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으로 다양한 앱을 즐기며 기존 스마트폰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올 상반기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애플·구글 앱스토어에서 지출한 금액은 37억3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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