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91] 순간적 쾌락에 대한 경고
글자 그대로 하늘이 특별한 재능을 허락한 인간이 천재라면 바로크라는 미술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1571~1610)는 천재 중 천재라고 하겠다. 그러나 하늘은 그에게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품성까지 내려주지는 않았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수시로 칼을 휘두르던 카라바조는 마침내 살인까지 저지르고 처벌을 피해 도망자로 살다 짧은 생을 마감했다.
1595년경 로마의 유력한 예술 애호가 눈에 들어 순식간에 이탈리아 최고 화가로 각광받기 직전까지도 카라바조는 다른 화가의 공방에서 정물(靜物)을 담당하는 도제에 불과했고, 정물이란 성화의 배경을 장식하는 사소한 분야로 여겨졌다. 주문자가 있었을 리 없는 가난한 화가였던 그가 사람들 눈길을 끌어 헐값이지만 판매에 성공했던 게 바로 이 그림,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이다.
어두운 배경에서 강렬한 조명을 받으며 화면을 가득 채운 어린 소년은 탐스러운 과일에 손을 댔다가 숨어 있던 도마뱀에게 손가락을 물렸다. 화들짝 놀라면서도 수줍은 눈망울로 간청하듯 우리를 쳐다보니 그에게 이끌릴 수밖에 없다. 벌어진 붉은 입술, 드러난 어깨, 장미를 꽂은 풍성한 머리카락은 보는 이의 성별이 무엇이든 지나치게 유혹적이다. 소년 앞에는 과연 탱글탱글한 식감이 눈에 보이는 신선한 체리와 고운 꽃이 있다. 물방울 맺힌 유리병에는 작업실 창문까지 비쳐 보이니 이 모두를 그려낸 화가의 재주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 그림은 꽃과 과일이 상징하는 순간적 쾌락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하는 교훈을 담았다. 물론 이 교훈을 끝내 배우지 못한 이가 있다면 그게 바로 카라바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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