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을 가지 않는 이유

이벌찬 베이징 특파원 2023. 8. 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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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비 내리는 베이징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금성 입구 앞에 서 있다. 중국은 올해 초 코로나로 닫았던 국경을 다시 열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외면 당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관광객 통계를 보면 ‘외국인의 중국 기피 현상’이 뚜렷하다. 올해 1분기 여행사를 통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5만2000명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 1분기(370만명)의 1.4% 수준이다. 이 시기에 중국 비자 발급과 항공편 예약이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해도 극단적인 감소 폭이다. 베이징의 자금성·만리장성에선 금발 벽안 관광객들이 보이지 않고, 외국인을 겨냥한 식당·술집에선 영문 메뉴판이 사라지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로 닫았던 국경을 3년 만에 열었는데도 외국인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수선한 자국의 안정을 위해 중국 내 외국인들을 강도 높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베이징 환잉니(당신을 환영한다)’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외국인들을 ‘외부 세력’으로 규정하고 경계하는 인상을 준다.

한국·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중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상세 개인 정보를 제출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국에서 외국인이 머물 수 있는 호텔은 정해져 있고, 신분 인증 문제로 온라인에서 기차표를 사기도 어렵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월 자국민에게 “중국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없이 현지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면서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여행을 재고할 것을 권고했다.

중국에서 애국주의가 퍼지면서 외국인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외신 기자는 중국을 왜곡하는 선동가로, 외국 기업인은 중국의 고혈을 빼먹는 자본가로 보는 시각이 만연하다. 오래 알고 지낸 중국인 사업 파트너나 학자가 갑자기 만남을 거부했다는 외국인의 경험담은 흔하다. 이 와중에 지난달 1일 ‘간첩 행위’의 범위를 크게 확대한 개정 반(反)간첩법이 시행되면서 일부 중국인 사이에서 ‘외국인=간첩’이란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일본인 이코노미스트는 “잠재적 간첩 취급을 받게 되면서 예정했던 미국 출장을 취소했다”고 했다.

중국이 외국인들을 통제하고 애국주의를 고취할수록 중국은 세계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 국가 간의 교류와 협력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와 글로벌 기업, 연구자들은 중국을 과거보다 낯설게 여기고 있고, 이로 인한 탈중국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리서치 회사 로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200억달러로 전년 동기의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중국 베이징 주재원을 뽑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게다가 지금 교류 확대가 아쉬운 쪽은 중국이다. 세계 각국은 중국이 코로나로 문 닫은 지난 3년 동안 최소한으로 중국과 교류하는 법을 익혔다. 중국이 바뀌지 않으면 외국인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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