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위기의 민주당이 살려면
위원장의 자질도 의심스럽지만
문제는 개혁 아젠다 선정 실패
특권은 내려놓고 국정비전 제시
집단지도체제로 전환도 논의를
건전한 야당 있어야 정치도 발전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이 8월 이재명 당대표 영장설, 10월 당대표 사퇴설, 12월 분당 위기설에 휩싸여 있다. 지난 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도 좋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가 56%로 올랐음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31%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당 혁신을 위해 발족한 혁신위원회조차 위기를 맞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훼’ 발언이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논란은 핵심이 아니다. 혁신위가 무엇을 혁신하려는지 개혁 아젠다가 모호하고, 추진감이 부족한 것이 혁신위 위기의 본질이다.
민주당 혁신위는 의원 도덕성 문제에 집중하며 진정 해결해야 할 민주당의 위기 극복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 위기의 본질은 다루지 않고 변죽만 울리니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것이고 결국 혁신위가 무엇 하는 기구냐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아젠다 선정 실패다.
거기에 위원장의 아마추어적 행보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민주정치 원칙과 정당 역할에 대한 안목이 의문스러운 언행 때문에 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혁신위원장으로서 ‘여명 비례 투표’ 발언에 신중해야 했다.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본인 자녀 발언을 ‘합리적이며 맞는 말’이라고 동조했다. 그러면 ‘남은 기대 수명’에 따라 청년과 노인 투표권의 가치를 달리해 20·30대는 3표, 40·50대는 2표, 60대 이상은 1표 식의 차등 투표를 주장하는 발언이 된다. 논리대로라면 극단적으로 어린아이에게 투표권을 주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 투표가 된다.
대의민주주의 발전은 투표권 확대와 평등 투표권 확립의 역사다. 소수 귀족·자산가에게만 주어졌던 투표권을 노동자·대중으로 넓혔고,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확대됐다. 또 짧은 기간이지만 귀족·자산가·지식인에게 다중 투표권이 주어졌다가 시민 1인 1표의 동등한 투표권으로 발전했다. 영국 민주주의는 인구의 3%에 해당하는 귀족·젤 트리(유산계층)에 한정됐던 투표권을 다섯 차례 선거법 개정을 거쳐 인구의 62%까지 확대했다. 미국은 흑인 참정권이 1870년 수정헌법 15조를 통해, 여성 참정권은 1차 대전 이후 1920년 이뤄졌다.
김 위원장의 청년 투표 독려는 “장·노년층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니 그 바탕 위에 미래가 결정돼야 한다. 미래를 위한 결정에 미래의 주인공인 청년들이 더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청·장·노년을 아울렀어야 정치적 위상에 걸맞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제라도 혁신위를 개편, 보강해 ‘민주당 위기 극복’의 본질적 개혁을 맡겨야 한다. 개혁은 신속하고 본질적이어야 한다.
첫째, 당 지도체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대표의 위기가 민주당의 위기가 돼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작년 전당대회 당시 검토됐던 ‘당권 분산형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9월 정기국회 전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계보 정치가 나타나는 단점이 있지만 당 권력 공유를 통해 분열을 막는 장점도 크다. 전통적으로 야당은 통합이 어려운 시기엔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했다. 둘째, 국정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고 그 가운데 민주당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셋째, 과대화된 강성 당원과 포퓰리스트 팬덤에 흔들리지 않도록 핵심 당원 중심 정당에서 ‘국민 중심 정당’으로 정당 거버넌스를 개혁해야 한다. 핵심 당원은 당의 결정에 중요하지만 강경으로 내닫지 않아야 하며, 팬덤은 열정으로 지지하되 언어폭력의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이를 명시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극단층 지지의 뺄셈 정치가 아니라 중도층 덧셈 정치라야 내년 총선 승리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본격화해야 한다. 국민은 민주당에 과반 의석을 줬더니 의원들이 자기 이익만 챙겼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 ‘본회의 및 상임위 불참 벌금’ ‘당직 임명과 공천에 입법·정책 개발 실적 반영’ 등 다양한 특권 내려놓기 방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 ‘돈봉투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정한 혁신이야말로 민주당을 살리는 길이다. 건전한 야당이 존재해야 한국 정치 발전이 가능하기에 하는 고언이다.
▶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 없었으면 어쩔뻔"…'난장판' 잼버리 구원투수로 등판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 '고준희 래시가드' 잘나가던 회사, 코로나 충격 3년 만에…
- "1000만원으로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투자하세요" [그래서 투자했다]
- "주말부부 생활 끝냅니다"…현대차 첫 여성 '킹산직' 화제
- "복날 몸보신하려다 앓아누워요"…찜통더위에 불티난 제품
- 유노윤호 "2년 7개월만 컴백, 앨범에 피·땀·눈물 들어가"
- '차범근 며느리' 한채아 "우리 부부 행복해…관계 달라졌다"
- 주호민 측 변호사, 이틀 만에 '전원 사임'…이유는?
- 김민재 덕분?…11년 도망치던 마피아 붙잡힌 황당 이유
- 10m 전봇대 꼭대기서 24시간 버틴 남성…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