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떠나지 않는 철새…도내 양식장 피해 속출

이재용 2023. 8. 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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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는 철새의 체질마저 바꿔놨다.

환경부 지정 기후변화지표종 조류 20종 가운데 13종이 우리나라 최북단인 철원지역에서 관측되는 등 한반도의 지구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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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열대화 시대 강원도가 끓는다] 2. 민물가마우지 등 철새의 텃새화
송어 잡아먹어 철망 설치 등
도내 곳곳 생태계 파괴 주범
철원서 동남아 서식종 발견
기후 대응·개체수 조절 필요
▲ 평창에 위치한 김모(28)씨의 양식장에 민물 가마우지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면서 결국 양식장 전체를 덮는 철망을 설치해야 했다.

이상기후는 철새의 체질마저 바꿔놨다.

환경부 지정 기후변화지표종 조류 20종 가운데 13종이 우리나라 최북단인 철원지역에서 관측되는 등 한반도의 지구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동남아 서식종인 검은이마직박구리는 철원에 터를 잡았고 겨울철새인 민물가마우지는 텃새가 됐다.

평창에 위치한 김모(28)씨의 송어 양식장에 지난 5월 초 약 30마리의 민물 가마우지가 찾아와 5만 마리가 넘는 송어를 전부 먹어치웠다. 그 날 이후 매일 2~3마리씩 찾아와 송어를 먹어대는 탓에 결국 5월 말 양식장 전체에 철망을 설치해야 했다. 김 씨는 “송어와 철망 설치비용 등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마우지 때문에 약 7000만 원 정도 들었다”며 “우리 양식장은 이제 철망이 설치돼 가마우지가 없지만 아예 사라진 게 아니라 주변 다른 양식장으로 옮겨간 것뿐”이라고 말했다.

가마우지는 겨울철 철새다. 하지만 기온이 높아지면서 춘천 의암호 등 강원도 곳곳에 둥지를 틀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강원도가 집계한 결과 지난 5월 기준 도내 9개 시·군, 52개 지역에 약 1만2050마리의 민물 가마우지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원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철새 현황을 파악하는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 결과 도내 21개 조사지역 중 가마우지 서식이 관찰된 지역은 2001년 3곳에서 2022년 16곳까지 늘어났다.

도민들의 피해가 이어지자 강원도는 환경부에 민물 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달라고 건의했다. 환경부는 최근 민물 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기 위해 올해 안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철원은 야생조류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철원두루미운영협의체(회장 백종한)는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철원에 서식하는 조류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철원지역에서 공식 확인된 조류는 120여 종이며 이 가운데 검은이마직박구리와 흰날개해오라기 등 기후변화생물지표종 13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사진 왼쪽부터 흰날개해오라기, 검은이마직박구리.

검은이마직박구리는 동남아에서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7월 양양 남대천에서 발견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흰날개해오라기는 중국과 대만, 동남아시아에서 서식하며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나그네새로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여름철새다.

전문가들은 철새의 텃새화는 이상기후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연수 강원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민물 가마우지가 텃새화된 것은 철새들이 이상기후로 인해 더 이상 이동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개체 수 조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하 원주지방환경청 자연환경해설사도 “검은이마직박구리와 흰날개해오라기 등 기후변화지표종이 철원에서 관측된 것은 철원도 기후변화의 한가운데 들어섰다는 증거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 등의 문제가 철원지역의 문제임을 인식해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용·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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