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가 '선한 사람' 염해상을 만나는 과정[TF인터뷰]
'악귀' 민속학 교수 염해상 통해 위로·공감 능력↑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오정세는 다작의 신이다. '악귀'가 종영한지 일주일도 채 안 됐지만 차기작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연이은 작품 촬영에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힘들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내색을 찾아볼 수 없다. 작품마다 휙휙 바뀌는 이미지 변신은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하고 다음 캐릭터를 기대하게 만든다.
오정세는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악귀'(극본 김은희, 연출 이정림·김재홍)에서 악귀를 쫓는 민속학 교수 오해상 역을 연기했다. 작품은 악귀에 씐 여자 구산영(김태리 분)과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 염해상(오정세 분)이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다. 김태리와 오정세 라인업과 '싸인' '시그널' '킹덤' 등 인기 장르물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 신작으로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오정세는 어딘가는 염해상과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솔직하게 보여줬다.
'악귀'는 귀신과 악마, 민속학, 퇴마 소재가 등장하는 오컬트 장르로,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지만 한편으로 생소할 수 있다. 오정세 역시 대본을 읽고 염해상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다가갈지 걱정이 컸다고 한다. 그럼에도 오정세는 '악귀'를 선택한 이유로 김은희 작가를 가장 먼저 꼽았다.
"염해상을 처음 만나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염해상은)외로운 인물, 민속학자, 귀신을 보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사람인데 글로만 봤을 때는 매력 없어 보였어요. 일상생활에서 만난다면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김은희 작가님 대본을 읽다 보니 서사가 보였고 '잘 쫓아가보자'라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면 말미에 해상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저만의 방법으로요."
극중 염해상은 짧은 머리에 어두운 옷을 단정하게 입어 깍듯하고 한치의 실수도 없을 것 같다. 어미도 '해요'보다 '습니다'를 많이 쓴다. 자칫하면 정 없고 차가운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런 염해상을 오정세는 '선한 사람'으로 풀어냈다. 또 그는 염해상이 악귀를 잡는 과정이 자신이 염해상을 쫓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염해상이 악귀를 잡아야 하지만 막상 설계가 없고 안갯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지잖아요. 저도 해상이라는 캐릭터를 만나야 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가야할지 몰랐어요. 그런데 해상은 악귀를 만나러 가면서도 자기 생명이 위험하지만 누군가를 도와주거나 억울한 죽음에 같이 아파해요. 이 모습들을 보며 '염해상은 악귀를 그냥 만나러 가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저 역시 작은 마음으로 다가가면 그 안에 해상이라는 인물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는 염해상이 보통의 한 사람으로서 주변 인물들을 돕고 공감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잖아요. 그런데 극중 초반 한강 다리에서는 아니잖아요. 안타까움을 시청자와 함께하고 싶어서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이 더 보이면 좋겠다 등을 고민하려고 했어요. 염해상은 (귀신이 보인다는)초자연적 능력이 있지만 히어로가 아니라 결국은 '사람'이라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지하 단칸방에서 아이를 구한 다음에도 얼음찜질을 하고 있는 등 사소한 것이지만 사람 냄새나는 염해상이었으면 좋겠다는 걸 소소하게 표현했어요."
그동안 오정세는 코믹스럽고 유쾌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악귀' 염해상은 이전 캐릭터와 색깔부터 달랐다. 염해상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산이었다는 그는 이미지 변신을 위해 '경건한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또 염해상이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만나기 위해 무속인을 찾아갔고 어둑시니를 만나는 장면을 찍기 전 핼쑥해진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3일을 굶었다.
"극 중 '경건한 마음을 가지세요'라는 대사처럼 저도 신중하고 경건하게 작품을 대했어요. 또 '무엇이든 얻자'라고 생각해 무속인을 만나러 갔어요. 그분들을 만나니 확실히 해상에 대해 정리가 잘 됐어요. 예를 들면 '당신한테 안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죽을 거예요'라는 문장들을 염해상처럼 해석해 '곧 죽어요' 이렇게 바로 전달되도록 수정했어요."
오정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주변 사건사고에 더 애정과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그는 작품 이전과 이후가 명백히 다르다며 최근 이슈가 됐던 현장들을 조용히 찾아갔다고 전했다. 작품 전에는 미디어를 통해서만 마음을 전했더라면 작품 이후에는 직접 현장을 찾아갔다. 이는 오정세가 염해상이라는 캐릭터를 잘 만났고 함께 걸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알게 됐어요. 해상은 연이 없더라도 누군가를 기리고 추모하는 마음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에요. 저도 해상과 같음 마음이고 '악귀'에서 이 부분을 노력했고 얻었어요."
김태리와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오정세는 "악귀랑 마주쳤을 때 어떻게 연기하지라는 걱정이 많았는데 (김태리가) 언제 변한지 모를 정도로 악귀로 확 변하는 표현 방법을 구현해 좋았고 많이 도움이 됐어요. 구산영과 악귀는 온도가 많이 차이 나는데 말이죠. 매 순간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열정적이고 늘 공감해 주는 친구예요. 처음 구산영을 만났을 때 산영이만 보고 쫓아가는 장면이 있어요.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보일까 고민이 많이 됐어요."
염해상은 오정세에게 사건에 대해 이해가 공감하는 능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줬다. "염해상을 만나면서 저는 성장했어요. 그래서 더 가치 있는 작품으로 남아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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