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가로막는 한전독점 카르텔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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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세계 경제를 뒤집어 놓은 미국발 금융위기 요인의 하나로 부동산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기관들의 부실 평가가 지목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피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수수료를 받고 때로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러다 보니 평가기관들이 경쟁적으로 후한 신용등급을 남발하게 되었다.
이런 규제 카르텔들이 혁신과 경쟁을 가로막고 이권을 나눠 먹는 동안 국가경쟁력은 그만큼 퇴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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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세계 경제를 뒤집어 놓은 미국발 금융위기 요인의 하나로 부동산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기관들의 부실 평가가 지목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피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수수료를 받고 때로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러다 보니 평가기관들이 경쟁적으로 후한 신용등급을 남발하게 되었다. 덕분에 부동산 관련 금융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결국에는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를 촉발하여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였다.
이처럼 감시감독을 하는 주체와 받는 주체가 공생관계를 형성하여 이권을 챙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떠안기는 관계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를 수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교육 문제,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 등의 배후로 이 이권 카르텔을 지목하고 있다. 이런 공생관계는 규제라는 토양에서 잘 자라난다. 규제 주체가 뇌물을 받고 불법적으로 규제 대상의 편의를 봐주는 경우는 물론이지만,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거나 법 자체를 유리하게 바꾸어 합법적으로 서로의 이해를 돌봐주고 공공의 이해는 뒤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의 신용등급은 정부가 금융규제에 이용하면서 공신력을 갖게 되었고 신용평가기관은 합법적으로 평가수수료를 받고 있다. 규제 주체가 규제 대상과 긴밀하게 지내면서 정보와 편의를 제공받다 보면 어느새 규제 대상에 길들여져 공익보다는 규제 대상의 이익을 보호하게 된다는 '포획이론(regulatory capture)'은 규제 관련 학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규제 대상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규제를 끌어들여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막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 대가로 규제 주체는 명분과 권한, 정치적 지지 또는 전관예우와 같은 경제적 혜택을 누린다. 이쯤 되면 포획이라는 점잖은 표현보다는 카르텔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게 느껴진다. 규제 카르텔이다.
최근에 많이 거론되는 '타다 금지법'은 전 세계에서 활성화된 차량공유 서비스를 원천 차단하여 혁신적 신규 서비스의 진입을 봉쇄한 예이다. 기존의 서민 택시사업자들의 생계를 보호한다는 나름 정당한 취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정당성 구현을 자기 업적으로 만들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이 다른 해법을 고려해 보지도 않고 일사천리로 금지법을 통과시켜 혁신의 싹을 잘라버린 것이다.
그보다 더한 경우는 정당한 이유도 없이 기존 독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규제들이다. 전력산업의 경우, 기술 발전으로 누구든지 공용 송배전망을 이용하여 전력을 거래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전력유통 부문에 경쟁을 도입하고 규제를 없애는 것이 세계적인 대세가 되었다. 선진국들 사이에는 거의 예외가 없다. 우리보다 인구와 경제규모가 훨씬 작은 덴마크에서도 수십 개의 전력 판매사업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전력산업에서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일부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런 혁신추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해외의 전력 판매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오직 우리나라만 1980년대 논리를 내세워 전력 판매시장을 한전 독점체제로 끌어가고 있다. 한전은 정부의 말을 잘 듣고 정부는 한전을 든든히 지켜준다. 이런 규제 카르텔들이 혁신과 경쟁을 가로막고 이권을 나눠 먹는 동안 국가경쟁력은 그만큼 퇴보하게 된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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