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택배 없는 날

박창억 2023. 8. 7.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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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택배사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2년이다.

2020년 국내 총 택배 물량은 33억7000만개로 2012년(14억개)에 비해 2.4배 성장했고,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1인당 택배 이용은 65개로 일본(35개)의 2배에 육박한다.

2020년 여론조사에서 '택배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생활이 굉장히 불편할 것 같다'고 답한 사람이 82.2%에 달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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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택배사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2년이다. 한진이 ‘파발마’라는 브랜드로 그해 6월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93년 대한통운, 94년 현대택배가 뒤를 따랐다. 95년 TV홈쇼핑이 개국하면서 택배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성장 가도를 달리던 택배 시장은 코로나19 위기로 폭발적으로 커졌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전국 배송망을 가진 5개 대형 택배사(우체국 포함)와 지역 중심의 20여개 중소 택배사가 영업 중이며 택배업 종사자는 총 5만4000명에 달한다.

2020년 국내 총 택배 물량은 33억7000만개로 2012년(14억개)에 비해 2.4배 성장했고,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1인당 택배 이용은 65개로 일본(35개)의 2배에 육박한다. 2020년 총 매출액이 7조4000억원에 달했으니 지금은 훨씬 더 증가했을 것이다. 이제 택배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2020년 여론조사에서 ‘택배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생활이 굉장히 불편할 것 같다’고 답한 사람이 82.2%에 달했을 정도다.

택배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했으나 택배기사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현재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특수고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사업주와 개인 간 도급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정해진 노동시간, 휴가도 없다. 주 6일 근무에 하루 15, 16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도 있다. 아파도 참아가며 숨 돌릴 새 없이 일해야 하는 게 택배노동자의 현실이다. 잊을 만하면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소식이 들려오는 이유다. 2020년 상반기만 해도 12명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

오는 14일은 네 번째 맞는 ‘택배 없는 날’이다. 고용노동부는 택배기사들의 장시간 노동이 사회문제로 대두하자 2020년 8월 주요 택배사와 매년 8월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주요 택배사들은 모처럼 일요일인 13일부터 광복절인 15일까지 사흘간의 짧은 휴가를 보낸다. 이 휴가가 단순히 이벤트성에 그쳐서는 안 되겠다. 단기간의 휴식을 넘어 낮은 택배 수수료와 장시간 노동, 고용안정 문제 등에 대한 해법 찾기로 이어져야 하겠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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