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야 인마, 너 기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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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에게 경찰이 다가가 물었다.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사고가 난 지 3일째인 지난달 17일 아침,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청주시 하나병원 응급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
몇 차례 기자들은 만났다는 그는 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 제15조는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 위주 보도'와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 취재'를 자제하도록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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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카디건 입고 있던 분 맞나요?”
응급실 입구 맞은편 인도에 서서 구급차가 병원에 오길 기다렸다. 누군가 소리쳤다. “야 인마! 너 기자야?” 유가족 중 한 명이었다. 둘러보니 그가 소리치고 있는 쪽에 사람이라곤 나와 선배밖에 없었다. 구급대원이 흥분한 유가족을 진정시키고 다가와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쉰 목소리로 “저것들 좀 안 보이게 해라”라고 울부짖듯 말했다.
모퉁이 뒤에 몸을 숨기고 구급차를 기다렸다. 곧 구급차 한 대가 병원으로 들어왔다. 희생자는 검은색 시신 가방에 담겨 있었다. 구조 현장의 열악함을 보여주듯 시신 가방 겉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다. 유족들은 희생자와 함께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선배와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건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린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더 알고 싶어진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실종자 가족을 취재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단순히 가족을 잃은 상심에 빠진 이들에게 말을 거는 게 차마 어려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내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들마저 크게 보도하고 있는 사건에 유가족 사연 보도가 필요한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목받지 못하는 사건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청주로 보내진 뒤 쓸 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조바심에 빈소와 병원을 서성였다. 다른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희생자 발인이 있는 날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몇 시에 하는지 묻고 찾아갔다. 새벽부터 기자들은 발인 장면을 스케치하려고 장례식장으로 몰렸다. 운구차에 실리는 관을 보며 유족이 울음을 터뜨리면 사진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졌다.
죄책감에 한번은 선배와 희생자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쭈뼛쭈뼛 상주 완장을 차고 있는 유족에게 다가가 서울에서 온 기자인데 조문하고 유족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청했다. 상주는 벌게진 눈으로 나를 보더니 그러라고 했다. 절을 하고 나오자 상주가 빈소 바깥으로 불렀다.
그는 희생자의 이모부였다. 이미 타사 기자와 인터뷰한 기사가 있다며, 여기에 나오지 않은 것만 질문하라고 했다. 몇 차례 기자들은 만났다는 그는 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말문이 막혔다. 그는 개인사보다는 조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 제15조는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 위주 보도’와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 취재’를 자제하도록 규정한다. 또 ‘피해자와 피해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청주에서 보낸 3일은 준칙에 얼마나 부합하는 시간이었을까. 기자냐는 유족들의 질타 섞인 질문이 저릿하게 남았다.
윤준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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